“지역민 ‘삶의 질’ 주목해야”… 지역민 주도형 선흘1리 생태관광

제주는 한때 거칠고 메마른 땅에 불과했다. 아무도 찾지 않는 섬이었다.

올해 제주를 찾은 관광객 수가 1000만 명을 돌파했다. 제주는 전례 없는 관광호황기에 들어선 것이다. 어느 때보다 제주에는 사람들이 넘쳐나고 활기가 돈다.

하지만 한편에서는 ‘삐그덕’ 소리가 들려온다. 난개발, 쓰레기매립시설과 하수처리시설 포화 등으로 환경이 몸살을 앓고 있다. 집값이 올라 지역민들은 삶의 터전에서 떠나고 있다.

전문가들은 “제주가 오버투어리즘에 들어섰다”고 진단한다. 오버 투어리즘(Overtourism). 이는 상업적 관광지화로, 밀어닥치는 관광객들이 도시를 점령하고 삶을 침범하는 문제다.

지난 1일 제주생태관광지원센터에서 열린 제주 생태관광 활성화를 위한 국제 세미나에서 전문가들은 “심각성을 인지하고 적극적으로 문제를 관리(management)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날 세미나는 ‘시민의 삶을 지키는 관광’을 주제로 진행됐다. 제주관광의 오버투어리즘 사례, 바르셀로나의 대안적 정책 성공사례, 제주시 조천읍 선흘1리 생태관광 사례 등의 발표가 이뤄졌다.

강성일 관광학 박사는 “제주의 오버투어리즘이 제주 시민의 삶을 위협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강성일 박사는 오버투어리즘의 증거로 환경파괴, 주민 삶의 질 저하, 개발을 둘러싼 지역갈등을 들었다.

해결책은 자명하다. 관리되는 관광(Managed Tourism). 지역의 수용력에 기반을 둔 장기적, 경영적,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강성일 박사는 “오버투어리즘은 경제적, 환경적, 사회문화적 등 다양한 측면의 문제를 야기한다”면서 “따라서 관광개발에 있어 사회적 수용력, 즉 지역사회 전반의 모든 요소를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버투어리즘은 제주만의 문제는 아니다. 세계 주요 관광도시들도 골머리를 앓고 있다. 지난 1월, 바르셀로나 주민들이 거리로 몰려나왔다. 거리에는 주민들이 ‘바르셀로나는 상품이 아니다’라는 구호를 외치며 가두행진을 벌였다.

임영신 이매진피스 대표는 발표에서 “이제 관광정책의 방향성을 판촉(Promotion)에서 관리(Management)로 전환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주민들이 관광을 위해 집과 마을을 내어주고 쫓겨나는 일들이 발생했다. 이때부터 도시 곳곳에서는 관광객들에 반발심을 보이는 주민들의 행동이 나타났다.

액티아 실비아 플로렌스 바르셀로나 관광정책과 정책담당관은 ‘관광위원회’의 영향력을 강조했다. 그는 “바르셀로나 관광위원회는 정부관료, 학계, 전문가, 지역주민, 관광사업자 등 60명이 참여하고 있는데 생중계되는 이 토론을 모든 시민들이 지켜보고 있다”고 설명한다.

이어 “모든 시 정책이 공개적으로 논의되고 결정된다는 것이 변화의 핵심포인트”라면서 “위원회의 모든 내용이 다음날 언론에서 크게 다뤄진다. 이는 엄청난 영향력을 갖는다”고 덧붙였다.

한편 지역민 주도의 생태관광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지역에 활기가 띄고 있는 제주지역 사례도 소개됐다. 김호선 선흘1리 생태관광협의체 기획팀장은 “마을에서 지켜야할 자원은 무엇인지 등 주민들이 모여 의논하고 함께 목표를 설정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를 통해 선흘1리의 마을 분위기는 좋아졌다. 통폐합위기에 놓였던 학교도 살아났다. 생태마을로 알려지면서 주민인구도 많이 늘었기 때문이다.

김호선 팀장은 “자발적으로 주민들이 환경보전활동을 벌이는가 하면, 멸종위기 식물 복원 등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도토리 칼국수 만들기 체험 등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지역민들의 소득 창출도 이뤄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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