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제주와 通하다 <3> 제주청년문화예술발전회 '바람'

제주청년들이 이곳 제주를 떠나는 이유는 왜일까. 가장 큰 이유 중 하나가 청년문화가 꽃피우지 못했기 때문이다. 문화예술을 소비자하는 대중들은 물론 생산자인 예술가들에게도 제주는 불모지다.

하지만 새로운 바람도 조금씩 불고 잇다. 청년 뮤지션들의 보금자리를 자청하는 곳이 나타났다. 제주청년문화예술발전회 ‘바람’이다.

이금재 일로와제주 대표

그 중 한명인 이금재씨는 우연한 기회로 바람콘서트 기획구상을 세웠다.

몇년 전 오디션 프로그램이 열풍이었다. 열풍의 원조격이었던 프로그램에 제주 청년이 출연했는데 그가 순위권 최종라운드에 진출했다가 안타깝게 고배를 마신 것. 하지만 그는 제주에서 큰 주목을 받았다.

이금재씨는 “중학교 2학년으로 어린 나이인 그가 고깃집 아르바이트를 하는 것을 봤다”며 “노래하고 장비를 마련하려면 돈이 필요하기 때문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충분히 빛나고 있는 친구가 제대로 꿈을 펼칠 무대가 제주에 없다는 것을 알고는 마음이 아팠다”고 덧붙였다.

  음악하는 청년들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찾았다. 그들의 꿈을 이뤄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들은 직접 제주에 무대를 만들기로 다짐했다. 이들이 여는 바람콘서트 청년들을 무대로 세워주고 시민들에게 무료로 공연을 개방한다.

평소 청년문화예술에 대한 고민을 품고 있었던 사진작가, 문화기획자, 회사원, 음악감독 등 각양각색의 청년이 모였다. 회사원인 청년은 기업에서 후원을, 음악감독은 디렉팅, 행사기획을 했다. 청년 사진작가는 음악하는 친구들의 프로필 사진을 찍었다.

이들은 2014년 6월부터 콘서트를 열기 시작했다. 올해 4년차에 접어드는 ‘바람’은 문화예술기획가인 청년들이 모여 시작한 고민의 결과물이다.

무대가 필요한 청년들에게 무대를 만들어준다는 것이 ‘바람’의 미션이다. 재능있는 친구들의 ‘바람(wish)’를 이뤄준다는 것이다.
이들에게는 무대기획에 있어 지켜온 원칙이 있다. ‘바람(wind)’이 흘러가듯, 제주 곳곳에서 떠돌면서 무대를 만들어 하고 있는 것이다. 

이금재씨는 “물론 이것이 바로 그 친구들에게 문제를 해결해주지는 않을 것은 안다”면서도 “음악하려면 육지를 나가려는 청년들에게 제주에서도 할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었다”고 소개했다.

이 곳 무대를 기획하는 것은 청년이고 무대 위에 오르는 것도 청년들이다.

바람콘서트는 시작 첫해 2014년에 한 달에 한 번, 2015년 두 달에 한 번 열었다. 최근에는 횟수가 조금 줄어들었다. 지금까지 22번의 정기공연이 열렸다.

이금재씨는 “바람 콘서트를 통해 기존의 뮤지션들이 네트워킹할 수 있는 자리가 만들어지고 있는 것 같다”고 자평했다.
뮤지션들이라고 해서 무대에 오를 수 있는 조건이 엄격하지는 않다. 잘하지 못하는 청년도 무대에 오를 수 있다. 음악하고 싶은 청년들에게 기회를 주기 위함이다.

바람 콘서트는 매번 새롭게 관객들을 찾아간다. 그때마다 장소를 섭외하고 컨셉을 정하고 일정을 조율한다. 고정 뮤지션도 없다.

이금재씨는 “매번 새로운 공연을 만들고 싶다”면서 “공연컨셉을 매번 계절에 맞춰, 시의적절한 아이템으로 선보이고 싶은 욕심”이라고 밝혔다. 단순히 뮤지션들을 무대 위로 올리는 것이 아니라 행사별 의미를 부여하고 있는 것이다.

지금까지 바람콘서트는 인연, 메모리, 드림, 크리스마스, 리스타트, 땡스 투 바람 콘서트, 기쁜 우리젊은날, 여름아 부탁해, 가을이라 가을바람, 담화(이야기, 담에 핀 꽃), ㄱㅅㄱㅅ(감사의 달, 5월 차마 못했던 말), 크리스마스보다 하야케 등을 타이틀로 걸었다.

‘바람’이라는 이름 때문일까. 항상 새로워야 한다는 원칙 말고는 정해진 것이 없다. 행사기획이 항상 쉽지만은 않다. 게다가 매번 흥행하는 것은 아니다. 한번은 관객이 3명뿐이어서 기획자, 관객 모두 당황스러웠던 웃지못할 에피소드도 있다.
이금재씨는 “아직까지 아직도 완전히 자리를 못잡는다. 장소 섭외는 매번 난제”라면서도 “바람콘서트를 일처럼 꾸려나가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바람콘서트는 사실 이들의 본업은 아니다. 이들의 본업은 문화행사를 기획하는 청년기업 ‘일로와제주’다. 또한 제주시내에서 코워킹스페이스(coworking space) ‘플레이스 일로와’를 열어 운영하고 있다.

제주청년으로서 살아간다는 게 때로는 절망적임을 절실히 느끼고 있었기 때문이다. 제주에 있는 청년들에게 기회를 마련해 주고 싶었던 이유에는 기회를 제공받지 못했던 설움이 작용하기도 했다.

이금재씨는 “사실 청년이라는 이유로 공모사업에 낙방해 절망했던 경우도 있었다”며 “지역사회에서 청년들이 다른 세대가 경쟁을 해야만 하는 상황도 벌어지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들은 바람콘서트의 지속가능성을 고민하고 있다. 애초에 수익성 사업이 아니었던 데다, 청년 기획자들도 생계문제가 걸려있다. 자체적인 동력을 만드는 것이 가장 큰 고민이다. 제주에서 문화기획자가 직업으로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는 것. 이 사실이 바람콘서트의 지속가능성을 확신하기 여려운 가장 큰 큰 요인이다.

바람콘서트는 여전히 성장통을 겪고 있다. 언제까지 바람콘서트가 유지될 수 있을 지도 확신할 수 없다. 어디에서 가치를 만들어내고 에너지를 찾아낼 것인지 앞으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그 중의 하나로 콘서트 유료 전환에 대한 고민을 이어 나가고 있다. 이금재씨는 “단순히 수익을 내는 것 이상의 이유”라면서 “제주의 뮤지션들에게도 생태계가 필요하고 이들이 자생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바람콘서트는 2014년 하이트진로 등 개별기업 후원을 받아서 꾸려나갔다. 이후 NXC(엔엑스씨) 프로젝트 후원을 통해 이어나갔다. 2016년부터 지금까지는 네오플의 ‘제주 프로젝트’로 무대가 열리고 있다.

문화행사를 기획하고 싶은 청년, 음악하고 싶은 청년 모두가 함께 할 수 있는 ‘바람’을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이금재씨는 “지금 청년들의 열정과 희생을 통해 그려왔던 바람이 내가 없어도 굴러가는 무대가 되는 것이 최종적인 꿈”이라고 밝혔다.

“그리 대단한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제주청년들에게 필요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여전히 ‘바람’은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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