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28일 월요일, 전공 강의가 개강하는 강의실에는 설렘과 긴장으로 가득했지만 맘 한 구석에는 찝찝함이 자리하고 있었다. 강의계획서를 볼 수 없던 강의가 2개 있었는데, 하나가 바로 이 강의였다. 두 강의 모두 교수님의 성함조차 기재되지 않았다. 하지만 괜찮았다. 행정상의 작은 빈틈일 수도 있겠지. 강의실에는 계속 적막이 흘렀다. 약 30분이 지나서야 조교가 첫 주는 강의가 없다고 공지했다. 쾌재를 부르는 학우들도 있었지만 사전공지가 없었기에 당황스러웠다. 하지만 괜찮았다. 강의 당일 급한 사정이 생기셨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8월 31일 목요일, 다른 교양수업이 개강했고 월요일에 겪은 일이 반복됐다. 40여분이 지났는데 아무도 강의실에 와서 자초지종을 알려주는 사람이 없었다. 아무도 강의실을 떠나지 않고 계속 문을 흘긋 보며 어색함을 쫓고 있었다. 답답한 마음에 교양강의동에 전화를 했지만 단과대학에서 하는 강의에 대한 문의를 왜 교양강의동에 하냐는 반문을 받고 당황했다. 전인교양 수업이라 강의실의 위치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을 거라 생각하고 문의한 것이었기 때문이다. 해당 수업을 주관하는 학과 사무실도 연락이 닿지 않았다.

이쯤이면 딱히 할 수 있는 게 없는 학생 입장에서는 난감해진다.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한다. 계속 자리를 지키는 나이브한 모습을 보일 것인가, 알아서 융통성을 발휘해 강의실을 박차고 나갈 것인지.

두 강의의 공통점은 강의계획서와 교수님 성함을 볼 수 없었다는 점과 사전공지 없이 휴강을 해 학생들이 교실에 계속 있었다는 점이다. 왜 이런 일들이 일어났나에 대한 궁금증은 다음 주에 풀렸다. 개강 첫 강의들은 8월에 진행됐는데, 새로 오신 교수님들의 임용일이 9월 1일이라 날짜가 어긋난 것이다. 임용일 전에는 교수님들께 포탈 접속 권한이 부여되지 않아 강의계획서도 올릴 수 없었고, 담당교수란 또한 비워둘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임용 일자를 기점으로 업무가 시작된다는 점은 문제가 없지만 임용 일자가 개강 첫 주 수업일정에 해당되지 않아 한 주 휴강이 되는 것은 자연스러워 보이지 않는다. 이에 대한 해답은 간명하다. 임용 일자를 새로 넘긴 달력의 첫 날이 아닌 개강 일자에 맞추면 되는 것이다. 하지만 학사행정상의 관습이라 9월 1일이 아닌 날짜로 정하는 것이 쉽지 않다면, 해당 수업에 수강신청을 한 학생들에게 간단한 공지라도 해 주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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