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자살률은 아시아 국가 가운데 가장 가파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지난 20년 간 한국에서 22만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한국인 10만명당 자살자는 26.5명(2015년), OECD 평균의 2배에 달한다. 한국은 2003년부터 OECD 자살률 1위라는 불명예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점을 감안하면 자살은 현재 한국사회를 이끌어가는 세대뿐만 아니라 미래를 이끌어갈 세대에도 가장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이러한 사회적 관심과 해결책 마련을 위한 논의에서 가장 핵심적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미디어이다. 왜냐하면 미디어가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언론 보도를 통해 자살을 부추길 수 있고, 반면에 언론이 자살을 막는데 큰 역할을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언론의 긍정적 기능으로 삶의 위기나 심리적 질병에서 자살 유혹을 이기고 극복한 사례를 미디어가 제시하면, 자살 위험에 처한 사람이 죽음 외에 다른 해결방안이 있다고 생각을 고쳐먹게 된다는 것이다.

자살에 대한 언론보도는 국민들의 알권리를 보장해준다는 차원에서 필요하지만, 그 방식이 자극적이거나 선정적이면 유가족에게도 큰 상처를 줄 수 있다. 또한 미디어가 연예인 등 유명인의 자살 배경과 방법 등을 경쟁적으로 보도할 경우 모방 심리를 자극해 자살이 확산하는 ‘베르테르 효과’를 초래하기 쉽다. 정서적 동요가 크고 타인의 말과 행동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청소년들이 특히 자살보도에 큰 영향을 받는다. 따라서 자살 수단 등을 상세히 보도하거나 문제 해결 수단 중 하나로 자살을 묘사하는 행태를 지양하고, 극복 사례를 소개하는 등 예방 보도에 힘써야 한다. 이 때문에 자살보도만이라도 속보·단독 경쟁을 피하고 보도의 공익적 가치를 우선하는 언론계의 자성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 같은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9월 14일 제주KAL호텔에서 한국기자협회와 국가인권위원회, 중앙자살예방센터가 공동 주최한 ‘2017사건기자 인권·생명 존중 세미나’에서는 사건 담당기자 50여명이 참석해 자살 보도가 사회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고민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이 자리에 참석한 사건담당 기자들은 현재의 자살보도에 대한 반성과 함께 앞으로 보도 방향에 대해 심도 있는 논의를 벌였다고 한다. OECD 가입국 중 가장 높은 자살률을 기록하고 있는 우리 현실을 감안해 자극적이고 선정적 자살보도에 대해 적극 대응할 수 있는 시스템 마련이 필요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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