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 13일 월요일 각 학과로 학과평가 계획 의견 수렴 공문이 시행되었다. 11월 16일 목요일까지 회신하라는 단서가 붙었다. 회신된 의견을 수렴해서 11월 20일까지 계획을 확정하고, 다음 날 평가 대상 및 자료 제출부서에 평가계획을 알린다는 계획이다. 확정된 평가기준에 따라 평가를 진행한 후, 그 결과를 보고하고 알리는 것은 한 달이 지난 12월 26일이란다. “상기 일정은 업무 추진 상황에 따라 변동될 수 있음”이라는 단서가 붙었지만, 공지된 일정만으로는 일사천리다. 좀 심하게 말하면 의견이 회신되지 않거나, 회신되더라도 개의치 않을 것이라는 생각인 것 같다는 우려가 들 정도다.

‘평가’가 붙었으니 만큼, 학과에서는 분주하게 움직였다. 사흘 만에 학과회의를 소집하고, 의견을 모아서 회신한다는 것은 사실 무리다. 공문에 학과평가계획과 관련된 첨부문서가 있었지만, 아무리 들여다보아도 알 수가 없다. 그러다보니 학과마다 사정은 다르겠지만 불만이 터져 나올 수밖에 없었다. 평가를 하겠다니 일단은 위축되었지만 말이다. 더구나 향후 대학구조 개혁이나 조정의 지표로 활용될 수 있다고 하니 더욱 민감하다. 그래서 의견을 제시한 학과에서는 대부분 평가 자체를 반대하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 결국 개정사항에 대한 의견을 제시한 것이 아니라, 아예 시행 반대 입장을 표명한 것이다.

학과평가는 향후 대학구조 개혁이나 조정의 자료로 사용하려고 새롭게 만든 제도가 아니다. 우리대학에서는 학과평가 결과를 근거로 매년 개교기념일에 우수학과를 표창해왔다. 대학구조 개혁의 자료로 사용한다는 것도 새로운 일이 아니다. 거점국립대학을 포함한 국내 대학에서는 학과평가를 대학평가와 연계하여 시행해왔다. 우리 대학에서는 우수학과를 지원하는 데 이용해왔고, 평가 원칙과 운영 면에서도 다른 대학에 비해 비교적 긍정적인 면이 많았다. 학과나 전공의 특성을 고려한다는 점에서 학내 절대평가보다는 국내 동일, 유사 학과와의 상대평가를 원칙으로 운용해왔고, 상대적으로 평가항목도 적었기 때문이다.

이번에 의견을 조회한 부분은 10개 지표였던 것을 12개 지표로 늘린 데 대한 것이다. 졸업생 취업률 단일항목에 20점이 배점되었던 것을 졸업생 취업률과 취업 유지율로 나누고 각각 10점으로 배점했다. 단발성 취업이 아니라, 양질의 취업을 추구하자는 취지다. 전임교원 1인당 교외연구비 수혜실적 한 항목 10점 배점을, 저ㆍ역서실적을 포함해 둘로 나눈 것이다. 연구비 수주 실적이 상대적으로 적을 수밖에 없는 인문사회계열의 학문적 특성을 반영하자는 취지다. 결국은 ‘관리’보다는 ‘지원’에 초점이 있었던 셈이다. 그러나 해당기관에서 이 취지를 제대로 알리지 못하면서, 말 그대로 긁어 부스럼이 되었다. 앞으로 공감과 지원에 취지가 있는 제도의 개선은 적극적으로 홍보해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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