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나라를 다스리는 대통령이 탄핵돼 권좌에서 내려오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한 현 대한민국 사회를 바라보며 누군가는 정의로운 사회라 평하기도 하고, 또 어떤 이들은 정의가 죽었다고도 말한다. 우리나라는 정의로운 사회일까, 아니면 정의가 사라져버린 사회일까. 과연 우리나라 사람들이 생각하는 정의가 무엇인지에 대해 궁금증이 생긴다.

대통령 재위기간 중 탄핵을 민주주의의 결과로 얻어진 진정한 정의라며 말하는 사람들에게 정의란 “잘못된 행동에 정당한 처분을 받는 것”을 의미하는지 모른다. 그러기에 자신들의 이해관계에 따라 행동해온 정치집단에 대한 불신을 갖고 있던 대다수의 국민들의 입장에서는 그래도 아직은 대한민국은 정의가 살아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은 역으로 기득권 층으로 인해 정의는 사라졌다고 믿어왔다는 것이다.

단기간에 이룩한 경제적 성장을 통해 민주주의를 쟁취한 대한민국에 있어 정의란 정치·사회적 개념이라기보다는 실력이 힘이고, 가진 자가 힘인 경제적 논리에 의해 정의내려진 모습이었다고 볼 수 있겠다. 정의가 평등과 자유를 위한 올바르고 공정한 윤리적 사회질서라고 본다면 우리 사회의 정의는 자본주의에 의해 왜곡된 개념으로 사회 구성원들 스스로가 “흙수저 논리”에 빠져 꿈을 펼쳐보지도, 미래를 꿈꾸지도 않으며 젊은이들은 “헬조선”이라 자포자기한 심각한 상황에 이르렀다고 보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 국민들의 촛불시위 등은 이 사회에서 국민들 스스로가 자신의 책임을 다한 행위이며 그 결과로 얻어낸 대통령 탄핵은 대한민국 사람들이 믿는 정의의 부산물로 보아야 옳을 것이다.

이러한 정의의 바탕에는 최근 몇 년 전부터 시작되어 온 인문학 읽기라든가, 대중적 인문학적 담론의 장이 한 몫을 담당했다고 할 수 있겠다. 더 이상 성공지향적인 경제논리에 의한 삶의 모습이 아니라 인문학적 소양을 갖춰나가고 인간 본연에 대한 탐구의 장을 넓혀감으로써 생각하고 사유하는 기회와 시간들이 많아짐에 따라 대중들 스스로가 정치에 참여하여 자신의 목소리를 냄으로써 이 땅에 정의가 여전히 살아있음을 보여줬다고 본다. 그렇기에 정의란 시대와 상황에 따라 조금씩 모습이 달라지곤 있으나 적어도 윤리적인 옷을 입고 있어야 하며, 변하지 않는 보편적 진리를 담고 있어야 함은 자명한 사실일 것이다. 그리고 나아가 이러한 정의를 지켜나가기 위해 스스로 항상 사유하고 깨어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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