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록학술상 논문공모 심사평

올해 백록학술상에 공모한 논문들은 작년에 비해 양적, 질적으로 점점 나아지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사회조사 결과보고서를 논문화한 논문들 역시 예년에 비해 내용이나 형식면에 있어 우수했으며, 현지 조사의 공간적 범위를 도외 지역으로 넓이고 있어 다행스럽게 느껴진다.  

그러나 몇 가지 사항에서는 보완해야 할 점들이 있다. 무엇보다 ‘글쓰기’에 대한 아쉬움이 컸다. 예를 들면 ‘이어 질 것이다’를 ‘이어졌다’로 ‘등장하게 된 것이다’를 ‘등장했다’로 윤문하면 문장을 간결하고 안정적으로 보일 텐데. 다음으로 용두사미(龍頭蛇尾), 즉 앞에서 거론했던 논문의 목적이나 논리 전개가 결론까지 이어지지 못하고 흐지부지 되거나, 아예 다른 동네에 가서 헤매는 경우도 더러 있다. 서론에서 결론에서 제시하겠다던 대안 제시가 정작 결론에서는 잘 나타나지 않고 신문기사를 요약하는 수준에 머물렀던 경우도 있다. 더 안타까운 것은 본론에서 열심히 조사하고 결과 분석까지 해 놓고 막상 결론에서는 상식 수준의 국적 없는 주장들만 난무하는 경우도 있다. 학부생들이 논문쓰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글쓰기 기본과 논문형식에 충실 하는 것이다. 자칫 자기 자신의 문제인식이나 관심을 뽐내거나 현학적으로 무리하게 풀어가려 한다면 지금이라도 다시 ‘논문읽기’로 돌아가야 한다.

이번에 사회조사 결과보고서를 논문화한 논문 전부에 대해 공통적인 아쉬움이 있다. 소위 ‘분석틀’이다. 연구방법에 대한 충분한 서술을 두고 굳이 분석틀을 따로 둘 필요가 있을까? 용어 정의나 조사대상, 조사범위 등에 대한 서술로 충분하다고 본다. 오히려 분석틀이 있다 보니 사회조사 결과보고서를 논문형식에 맞춰 논문화하는데 있어 뭔가 부족함이 있는 것처럼 비춰 질 수 있다. 향후 여기에서 제시한 분석틀이 과연 논문에 적합한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 분석틀의 적합성이 흔들리다 보며 자칫 상식이나 신문기사의 나열로만 전개될 수 있다.

올해는 ‘6차산업’에 대한 논문이 가장 눈에 띠었다. 그러나 이 논문 역시 사회조사 결과보고서를 논문화하는 형식에 대해 검토가 필요해 보인다. 형식적인 분석틀 보다는 연구방법론이나 설문지 구성에 대한 제시가 더 유익하다고 보아지며 인터뷰 자료나 개방형 질문에 대한 답은 다른 설문지 통계처리와 별개로 범주화하여 제시하는 방법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마을‘기업’과 ‘마을기업’을 구분하여 마을기업을 정의하고, 이 정의를 통해 도출한 공통특성을 중심으로 ‘무릉외갓집’을 연구한 논문도 수작으로 보인다. 다만 결론에서 설문내용과 무관한 일반적 사항만 열거하였다는 아쉬움이 있다. ‘농촌지역의 인구감소와 대응방안에 관한 연구’는 조사 대상지역을 도외 즉, 경북 의성군으로 설정하여 현지조사의 보편성을 넓히고자 한 노력이 칭찬받아 마땅하다. 또한 현지 농촌 어르신들에 대한 개별 상세 인터뷰를 통해 관찬자료를 넘어선 실제적 자료들을 수집하고 정리하였다는 점에서 우수성이 인정된다.

‘제주 다크투어리즈의 방향성 모색’도 주제가 시의적절하다. 그러나 이 글이 주제가 다크투어리즘인지, 주민주도 지역사회개발에 관한 것인지가 혼동되었고 설문 구성 역시 다소 혼란스러웠다. 즉, 알뜨르 유적지에 대한 기억이나 경험, 인식을 묻는 문항들이 많아 지역관광개발 과정에서 나타나는 주민참여에 대한 논의는 다소 부족해 보인다. 이론적 배경 역시 주민참여와 갈등조정 등에 대한 논의는 없고 유적지에 대한 소개만 있고 결론에서는 설문내용과 다소 무관한 일반적 민원만 거론되었다.

이번에 정책분석에 관한 논문 두 펀이 있다. 우선 정책평가의 기본적 틀에 대한 학습이 더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정책의 형성과정이라고 제시한 내용 역시 사건일지 형태로 단순 나열하여 논문이라기보다는 기획기사 같다는 느낌이 들기도 했다. ‘정책’과 ‘국책사업’을 혼동하고 있고 이 글이 지방정책 과정에 대한 연구인지 국책사업을 둘러싼 갈등과 조정에 관한 것인지 혼란스러웠다.

이번 논문심사를 하면서 가장 고민스러웠던 논문은 ‘자유를 주제로 한 소설 교육을 위한 작품 및 교수법 연구’ 이다. 이 글은 얼핏 보면 논문이라기보다는 학습교안이나 수업모델 제시 수준으로 볼 수도 있다. 일반 논문의 형식을 갖추지 못하고 사실의 나열로만 전개되어 심사하기에 어려웠다. 그러나 이러한 시도는 충분히 인정받을 만하며, 향후 이 주제를 가지고 논문형식에 맞춰 재작성한다면 나름 의의가 클 것으로 여겨진다. 백록학술상 공모 논문의 지평을 넓히는데 일조를 할 것이다. 이외에도 ‘총여학생회 : 여성에 의한 권력인가, 여성을 위한 권력인가?’와 ‘유기적 지식인운동에서 청년 사회운동으로의 전환’ 논문 역시 시도는 매우 창의적이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논문에서 갖추어야 할 객관적이고 균형적 논리와 함축과 상징을 지니고 있어야 하는 문장들이 이 글들의 본문에 잘 나타나지 않아 좀더 보완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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