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희대학교전환과 사회혁신 연구센터 이승원소장


공유경제는 이미 주류 경제모델로 부상하고 있다. 그 규모는 아직 전 세계 렌탈시장 규모에 못 미치지만, 성장속도와 모양새는 주류 경제로서 손색이 없다. CB Insight 보고서에 따르면, 2017년 10월 현재 기업가치 10억 달러 이상 스타트업 기업인 ‘유니콘 기업’ 목록 중 전 세계적으로 상위 10위권 기업을 보면, 우버(1위), 디디추싱(2위), 에어비앤비(4위), 위워크(7위) 등 4개의 공유경제 기업을 볼 수 있다. 초기 차량, 숙박, 작업장 공간 등에 머물러있던 활동 분야도 차량, 음식, 금융, 복지, 교육, 미용, 물류, 보험 등 다양한 분야로 확장해가고 있다.

국가 그 자체도 공유경제의 중심에 있다

사실 ‘공유경제’는 새로운 경제 혹은 삶의 방식이 아니다. 전통적으로 두레, 품앗이, 공동목장, 마을회관 사례처럼 서로의 노동력이나 지역의 공동자원을 함께 공유하는 사례들도 사실상 공유경제라 할 수 있다. 공유는 ‘국가’ 차원으로 확장시킬 수 있다. 우리 헌법에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라고 명시되어 있다. 이 공화국이란 시민들 스스로가 권력의 주인이라는 것이 핵심이며, 공화국의 어원 자체가 ‘공공재’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즉 국가는 시민들이 함께 소유하고 관리하는 공공재 즉 공유자원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의미에서 시민은 국가라는 공공재를 당연히 향유할 권리가 있으며 동시에 관리할 의무를 가진 주체라고 할 수 있다. 즉 공유란 낯선 것이 아니라 전통적으로 그리고 헌법상으로 이미 우리에게 있었다.

공유경제, 양극화와 불평등에 대한 대응

그렇다면 왜 공유경제인가? 1990년대 후반 IMF 금융위기 이후 한국 사회에서는 심각한 사회안전망 붕괴와 사회경제적 양극화의 심화로 많은 시민들이 커다란 고통을 장기적으로 겪어왔다. 정규직 노동의 많은 부분이 금융위기 극복의 명분으로 불안정안 노동으로 전환되면서 사람들의 삶은 점점 더 불안해졌다. 이는 사람들의 소비능력을 약화시켰는데, 이런 상황에서 기업들은 사람들의 소비능력에 맞는 제품을 판매하기 보다는 ‘소비주의’를 자극해서 사회적 소비를 증가시키는 경향을 크게 보였다. 과도한 소비주의는 많은 사람들이 소비를 통해 자기 정체성을 찾도록 유도했고, 결국 사회안전망의 약화, 공공서비스의 민영화로 인한 개개인의 사회적 비용 증가, 실업률 증가와 함께 소비주의 심화는 우리 사회가 거대한 부채사회의 늪에 빠지게 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이러한 사회적 상황의 악화 속에서 기후변화, 자원고갈, 도시과밀, 인구절벽, 공공재정의 한계 등의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많은 정부들은 공공자원을 확대하고자 했으며, 이러한 전략 중 하나가 공유경제의 활성화라 할 수 있다.

로빈 체이스는 소비자와 생산자, 심지어 소유의 새로운 기능이 제시되고 새로운 기술이 등장하면서, 자본주의 내에서 혁신이 일어나고 있다고 보면서 그것이 바로 공유경제라고 말한다. 보통 경제는 일반적으로 소비와 생산이라는 두 축으로 움직인다고 여겨진다. 전통적으로 소비자는 늘 제품을 구매해서 소비하는 사람들이고, 생산자는 그 반대편에서 생산하는 사람이다. 종래에는 생산자는 빠르고 다량으로 소비되는 것, 즉 내 상품이 매력적이어서 소비자들이 내 상품을 선택하고 소비할 때, 이익을 남길 수 있었다. 이 경우 그 상품의 고유한 정보를 공정하게 소비자에게 전달해서 판매하기 보다는, 대부분의 CF나 홈쇼핑 설명처럼 과도한 욕망이나 환상을 결합시키면서 소비자들의 소비를 유혹했다. 이런 과정에서 과잉소비를 유도하게 된다. 공유경제는 협력적 소비, 생산자와 소비자, 즉 중간 유통자까지 협력해서 생산에서부터 소비까지 모든 행위자체가 모두에게 이익이 될 수 있도록 그 구조를 만들자는 참여자들의 의지를 담고 있다.

전달벨트로서의 신뢰와 협력

공유경제는 주로 플랫폼을 통한 ‘접속과 연결’이라는 활동으로 지속된다. 각자(동료)가 가지고 있는 유휴자산을 플랫폼에 올리면, 그것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플랫폼을 방문해 그 유휴자산을 사용하는 것이다. 플랫폼은 ‘공유’가 필요한 동료들이 모여 거래 혹은 협력하는 일종의 놀이터, 장터, 마당 같은 곳이다. 그만큼 공유경제는 플랫폼에서 유휴자산만큼 신뢰를 순환시킨다. 그래서 공유경제 참가자들은 생산자-소비자라는 건조한 경제학적 관계보다는 ‘동료’라는 보다 감성적인 관계에 주목한다. 따라서 거래되는 제품에 대한 정보가 얼마나 신뢰할만한가에 따라 그 플랫폼을 중심으로 형성되는 공유경제의 활성화 수준이 결정된다. 만일 그 정보가 재미있거나 감각적인 것만 유통될 뿐, 신뢰를 통해 타인에게 전달하기에 적절하지 않다면, 그 정보가 유통되는 공간은 공유경제 플랫폼으로서의 기능을 제대로 할 수 없다.

공유경제 플랫폼이란 그 플랫폼 관리자가 제품의 생산과 유통을 책임지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사람들이 그 곳에 모여 자유롭게 거래를 형성하기 때문에 제품에는 언제나 신뢰가 따라야 한다. 기존 경제와 거래방식이 제품과 ‘욕망+환상’을 결합시킨 것과 사뭇 다르다고 할 수 있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공유경제는 단지 비즈니스 모델만이 아니라, 동료들 사이 새로운 신뢰 공동체를 만들어낼 수 있는 관계망이라고도 볼 수 있다. 좀 더 크게 보면, 공유경제는 최소한 과잉소비를 줄이면서 사회경제적 불평등 해소와 공동체주의적 가치의 회복, 사회의 지속가능성 향상에 기여할 수 있다는 기대감도 만들어 낸다. ‘공유’라는 방식은 경쟁보다는 협력, 신뢰, 존중이 밑바닥에 깔릴 때 가능하기 때문이다.

가능한 기적, 초심을 잃지 말자

공유경제의 고유한 가치와 긍정성을 지키기 위해서 적어도 몇 가지 경계해야할 것이 있다. 바로 공동체주의적 가치와 신뢰에 반하는 과도한 영리지상주의의 침투이다. 공유경제의 출발이 새로운 시장 블루오션을 찾기 위해서가 아니라, 과잉소비와 독점화가 초래한 양극화와 불평등, 환경파괴에 대한 대응해서 시작되었다는 것을 잊지 말자.

 그런데 공유경제를 통해 오히려 임시직 경제(gig economy)가 확산되고, 질 낮은 노동이 늘어나고, 마을의 주민권이 약해지고 있다는 소식들을 자주 접하게 된다. 또한 특정 공유경제 플랫폼이 자체적인 신뢰수준이 높아져서가 아니라, 전통적은 기업 M&A방식을 통해 대형화 혹은 독점화되고 있다는 소식도 들린다. 이 경우, ‘동료’들의 선택의 폭이 좁아질 뿐만 아니라, 플랫폼에 대한 사용자 동료들의 관리와 통제도 어려워지게 된다. 즉 공유경제가 양극화와 불평등의 또 다른 원인제공자로 전락될 수 있다. 공유경제는 동료들 사이의 신뢰를 통한 거래방식이고, 그 거래의 장이 플랫폼일 뿐이다. 플랫폼이 매력적일 수 있는 건 바로 그 신뢰가 얼마나 신뢰가능한가에 달려있다. 그리고 그 척도는 참여자들의 삶이 조금이라도 행복해지고 있는가이다. 공유경제, 세상을 바꿀 기적의 시작이 될 수 있다. 그 초심을 잃지 않는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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