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신 영 바이오소재전공 2

제주대학교 학생들은 영어, 중국어, 일본어, 스페인어 등을 사용하는 국가로 교환학생을 떠날 수 있다. 다른 세 언어들은 해당 전공이 설치되어 있기도 하고, 배울 수 있는 경로가 다양하기 때문에 의지만 있다면 교환학생이 되기 위한 자격을 갖추는 데에 문제가 없다. 하지만 스페인어에 있어서만큼은 그렇지 않다. 제주대학교 학생들이 교환학생을 갈 수 있는 스페인어권 국가로는 현재 스페인, 멕시코, 칠레 등 3개국이며 총 8개교에 이르며 작년에는 콜롬비아와 아르헨티나에도 갈 수 있었기에 정말 다양한 선택지가 존재했다. 하지만 이는 빛 좋은 개살구에 지나지 않는다.

이들 학교들 중에는 영어 어학성적으로 대체가 가능한 곳도 일부 있으나 대부분은 오직 스페인어 어학성적만을 요구하는 데, 이것은 현재의 제주대학교 상황에 비추어 보았을 때 두 가지 측면에서 큰 진입장벽이 될 수가 있다.

우선 스페인어를 배울 수 있는 환경이 갖추어져 있지 않다. 스페인과 관련된 전공이 설치되어 있지 않고, 이를 보완할 수 있는 교양수업도 없다. 명목상 수강편람에 ‘스페인어1, 2’가 있지만, 실제로는 오랫동안 개설되지 않고 있다. 외국어교육원에서 개설하는 외국어수업 커리큘럼에서도 스페인어는 찾아볼 수가 없다. 

이렇듯 스페인어 불모지라고 할 수 있는 상황에서 스페인어 점수가 필요한 교류대학이 8개교나 이른다는 점은 마치 구매력을 동반한 수요는 적은데 이를 지나치게 초과한 공급이 이뤄지고 있는 경제학적 시장 상황과 유사하다. 공급을 줄이거나 수요를 끌어올려야 균형에 이를 것이나 후자가 ‘대학’의 존재 이유에 부합할 것이다.

교환학생을 가는 걸 어렵게 하는 또 다른 장애물은 상대교류학교에서 공인 스페인어 시험인 DELE B2나 B1을 요구하는 곳이 대부분인데, 사실은 서울 대형 학원의 스페인어강사들 중 상당수가 강사약력에 B2 취득자임을 기재하고 있다는 점이다. 즉 스페인어를 이용해 교환학생을 가기 위해서는 적어도 강사에 준하는 수준이어야 하는 것이다. 이는 아마 교류학교에서 우리나라의 일반적인 스페인어 수준에 대한 충분한 조사가 이뤄지지 않았음에 기인할 가능성이 크다. 이는 양교 사이의 협의를 통해 낮출 수 있는 여지가 있을 것이다.

교양 수업을 개설하는 것만으로도 이를 개선할 수 있는 좋은 출발점이 될 것이다. 설강을 한 후 교칙상 폐강에 해당되는 경우에는 어쩔 수 없겠지만, 설강조차도 하지 않는 현재의 상황은 분명히 개선되어야 할 것이다.

저작권자 © 제주대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