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대학만의 색깔과 정체성 확립 필요
질 높은 연구 위해 대학의 적극적 노력 필요

6월 8일 한국학 협동과정의 이재섭 박사과정을 만나 제주대의 미래에 대해 인터뷰했다.

 고등교육법에 따르면 대학원은 대학 학부 교육의 기초 위에서 학술의 이론과 응용방법을 정치하게 교수, 연구하는 고도의 학식, 기술을 습득한 전문가의 양성을 통하여 문화발전에 기여함을 목적으로 하는 곳이다.

우리 대학에는 대학원생이 2017년 기준으로 2790명이 존재한다. 대학원생은 학부생을 포함한 학생들 중 15%를 차지하고 있다. 한국학 협동과정의 이재섭 박사과정을 만나 각 분야에 전문 지식과 고도의 학식을 지닌 대학원생들이 추구하는 제주대의 미래는 무엇인지에 대해 대화했다.

▶ 간단하게 자기소개.

학부에서는 교육학을 전공했으며 석사과정은 스토리텔링 그리고 현재는 한국학 협동과정 박사 4학기에 재학 중이다. 현재 제주대학교 공동자원과 지속가능사회연구센터에서 연구조교로 일하고 있으며 학교 외부에서 MBTI 등의 성격심리 검사와 스토리텔링과 관련한 강의를 하고 있다.

▶ 대학원에 진학하게 된 계기는.

대학을 졸업한 지 10년 정도가 지난 후 더 공부하고 싶은 마음에 방송대학에 진학해 일본학과 관광학을 공부했다. 하지만 넓은 분야의 학문으로는 채워지지 않는 공허함이 있었고 깊이 있는 공부를 하고 싶었다. 그리고 머릿속에 정리되지 않은 것들을 다듬어보고 싶었다. 또한 내가 딛고 있는 ‘제주’라는 섬에 대해서, 제주 사람들에 대해서, 제주의 문화에 대해서 공부하고 싶은 마음에 대학원에 진학하게 됐다.

▶ 한국학 협동과정에 대해 설명.

한국학 협동과정은 개설된 지 15년 정도 됐다. 학과간 협동과정으로 인문대학의 국문과와 사회학과 그리고 사학과의 협동을 통해 운영되고 있다. 한국학, 역사학, 사회학, 민속학, 제주학, 인류학 등 개별 학문 분야를 바탕으로 한 통합학문을 추구하고 있다. 학과명은 한국학 협동과정이지만 ‘한국학’이라는 거대한 범주를 다루기보다 제주 사회의 신화와 무속, 문화, 민요, 공동자원, 역사 등 제주학의 범주에 대해 연구를 하는 대학원생이 많다.

▶ 대학 구성원으로서 대학원생의 역할은.

대학원생은 사실 대학 구성원 중에서 가장 미묘한 위치를 점한다. 대학을 선도해 나가야 하는 역할은 대학생들의 몫이고 이들을 지도하고 가르치며 함께 호흡하는 역할은 교수들의 몫이며 학교를 관리하고 운영하는 것은 직원들의 몫이다.

특히 ‘제주 지역 대학원생의 역할’이라면 아무래도 지역의 다양한 분야에 대한 지속적인 연구와 활동을 통해 대학을 마치고 깊이 있는 공부를 할 학생들에게 좋은 기회를 제공해 주는 것이 아닐까 싶다. 다른 지역의 연구자들이 고민하지 못하고 지역의 문제에 관심과 책임을 가지고 연구하며 성장하는 것이 대학원생의 역할이다.

▶ 대학원생의 일과는.

전업 학생과 직장인의 경우가 차이를 지닌다. 이공계열의 경우 연구실에서 지내는 학생들이 많다. 그에 반해 인문계열 대학원생들은 대부분 직장 생활과 학업을 병행하고 있다. 아무래도 직장을 다니면서 대학원을 다니는 것이 쉽지 않다.

인문대학에는 전업 학생이 많지 않다. 대학원의 수업은 보통 저녁에 진행되기 때문에 일과시간에는 업무를 하고 저녁시간에 수업을 듣는 경우가 많다. 대학원 과정에서는 보통 매주 읽어야 할 텍스트가 많다. 수업이나 발표와 관련된 논문도 읽어야 하며 써야 할 과제나 논문도 많기 때문에 학기 중에는 정신없이 시간이 흐른다. 주말을 즐기는 것은 사치일 때가 많다.

▶ 학부와 대학원의 차이는.

대학에서 펼쳐지는 대부분의 행사들은 학부생이 주인이다. 그와 반대로 대학에서 준비한 대부분의 컨퍼런스와 세미나 등은 학부생을 대상으로 한 것보다는 대학원생이나 대학 교수 등 교원들을 대상으로 진행된다.

대학은 상아탑의 기능을 잃어버린 지 오래됐다. 아무래도 학부는 개별 전공에 대한 개론을 이해하고 전반적인 교육을 쌓는 과정이라면 대학원은 학부의 학습을 바탕으로 보다 세밀한 주제의식을 가지고 연구에 전념해야 한다는 점에서 다르다.

▶ 대학원생으로서 학교를 다니며 불편했던 점과 학교에 바라는 점은.

대학원생에 대한 지원은 턱없이 부족하다. 첫 번째는 ‘행정지원이 전혀 이뤄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한국학 협동과정에는 업무지원 장학생이 존재하기 때문에 대학원생들이 행정적 지원을 받고 있으나 여타 학과의 경우에는 단과대학 행정실과 대학원 행정실의 문턱이 높아 지원이 어려운 경우가 많다. 학과 사무실의 경우 학부생들의 업무만으로도 벅찬 것으로 알고 있다. 학과별 조교 충원까지는 아니더라도 대학원 업무를 전담하는 조교가 단과대학 별로 있었으면 한다.

두 번째는 ‘공간’이다. 대학원생들은 연구하는 방법을 배우고 연구를 해야 하는 사람들이다. 하지만 학교 내에서 대학원생들이 머물고 공부하며 토론할 공간이 부족하다.

세 번째로 ‘도서관 이용’에 문제점을 제기하고 싶다. 학기 내에 있는 경우에는 별 문제가 없지만 과정을 수료한 이후 논문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도서관 이용의 제약이 많다. 무엇보다 수료를 하게되면 논문을 검색할 수 있는 자격을 상실하게 된다. 대학원생의 활동 중 가장 중요한 것은 학위 논문이다. 박사 학위의 경우에 적게는 2년에서 3년이 걸리며 그 이상이 걸리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정 이수 후 도서관 이용 및 논문 검색의 자격을 주지 않는 것은 대학원생들로 하여금 양질의 논문을 준비할 수 있는 기회를 막아서는 것이다.

▶ 제주대학교의 미래를 말한다면.

대학의 주인은 대학생이다. 무엇보다 당당한 대학생들이 넘쳐날 때 교정의 싱그러움도 넘쳐날 것이다. 결국 제주대의 미래는 학생들의 오늘에서 시작된다. 아쉬운 것은 전국의 모든 대학이 그러하지만 ‘취업’이라는 족쇄에 묶여 대학의 싱그러움과 대학 본연의 가치를 잃어가고 있는 것이다. 30년 전 대한민국에서 대학생이 가지는 사회적 위신과 위치는 대단했다. 과거를 이야기 하려는 것은 아니다. 다만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가는 노력에 대학생이 중심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

그렇게 2018년 대학 교정을 누비는 이들의 가치가 채워지고 정체성이 확립될 때 제주대의 미래 또한 우리 곁으로 다가올 것이다. 그렇게 되기 위해서 제주대만의 색이 도드라져야한다. 왜 제주대여야 하는지 답할 수 있어야하며 제주대를 거친 인재에게서 보이는 본연의 색과 정체성이 드러나야 한다.

제주대가 미래지향적인 주체로서 역할을 담당하기 위해서는 먼저 지역 거점 국립대학으로서의 소명을 다해야 한다. 이를 위해 먼저 도민들에게도 대학의 문을 개방해야 한다. 현행 통행제도는 지역 주민들로 하여금 대학을 멀게 느끼게 한다. 그리고 도서관의 문을 활짝 열어야 할 것이다. 물론 도서 대출 및 다양한 서비스는 일정한 기준을 주고 제약할 수 있으나 도서관이 신축된 이후에 출입 자체가 쉽지 않아 지방 거점 국립대학의 도서관을 대학에서만 사유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제주대학교의 오늘이 있기까지 지역 사회에서 많은 관심과 재정적 지원이 있었다. 재일제주인들의 기여도 또한 무시할 수 없다. 그렇다면 대학은 그들의 기대에 부응할 책무가 있다. 대학의 도서관 문을 지역사회에 활짝 열어놓고 지역사회와 공유하려는 노력에서 지역 거점 대학에 대한 지역 사회의 관심과 애정이 높아질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제주대학교는 지역 주민 모두가 사랑하는 지역거점대학으로 성장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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