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별 숲 구성 …‘어디서도 볼 수 없을 것’
지저귀는 새소리로 어지러운 마음 다스르기

바쁜 하루를 살아가는 현대인의 건강은 몹시 우려스러운 상황이다. 국립정신건강연구소의 연구에 따르면 성인 4명 중 1명이 정신적 장애를 겪고 있다. 현대인이 겪는 정신적 장애는 5가지가 대표적이다. 주의력 결핍 과잉행동 장애(ADHD)와 양극성 장애 그리고 조현증, 우울증, 불안ㆍ공황장애가 있다.

현대에는 컴퓨터, 스마트폰, 메신저, SNS가 발달하면서 여가시간은 큰 폭으로 감소하고 직장 업무는 사무실의 경계는 완전히 허물어졌다. 직장인의 경우에 퇴근의 개념이 사라지고 ‘24시간 항시 대기’의 개념이 도드라지고 있어 현대인의 정신적 스트레스는 더욱 가중되고 있다.

이와 같은 상황은 현대인들의 삶에 ‘힐링’을 살아가기 위한 선택이 아닌 필수요소로 만들었다. ‘청정 제주’에 사는 제주도민, 제주대학생 또한 예외가 아니다. 힐링이 필요한 지금 그저 SNS에서 언급되고 유명한 힐링 관광지에만 사람이 집중되고 막상 가게 되면 사람에 치이는 현상이 몹시 안타깝다. 때문에 제주대신문은 우리의 그리고 제주대학교의 바로 근처에 있는 한적한 힐링 관광지 ‘한라생태숲’에 대해 소개하고자 한다.

많은 사람이 버스에서 잠을 자다 내려야 할 정거장을 지나치거나 못 내릴 뻔한 경험이 있거나 공감할 것이다. 필자가 이러한 상황에 빠져 제주대학교 후문 정류장인 ‘산천단’에서 6 정거장 지난 ‘한라생태숲’에서 내리게 됐다. 무척 당황스러웠고 ‘반대편 정류장에서 바로 갈아타야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한라생태숲에 언제 와보겠나?’라는 생각에 곧바로 학교로 가는 것을 포기했고 한라생태숲 입구에 있는 현판석을 지나 수많은 생명의 터전에 발을 디뎠다.

△ 한라생태숲, 만물의 공존 추구

훼손됐던 야초지를 원래의 숲으로 복원·조성해 난대성 식물부터 한라산의 고산식물까지 볼 수 있게 됐다. 복원 작업은 2000년부터 2008년까지 진행돼 2009년에는 완전히 조성된 모습을 보였다.

한라생태숲의 면적은 약 194ha로 22ha의 한라수목원보다 약 9배 정도 크다. 식물상은 130과 760종, 동물상은 포유류(4과 7종), 양서·파충류(8과 12종), 조류(24과 61종), 곤충류(107과 436종)가 서식하고 있다.

사랑의 상징 ‘연리목’

△ 연리목, 사랑과 화합의 결정체

연리목, 뿌리가 다른 나무의 줄기가 이어져 한 나무로 자라는 현상이다. 단언컨대, 한라생태숲 제일의 자랑거리다. 이 연리목은 2012년 ‘숲 가꾸기’ 작업 중 발견돼 수령이 100년, 높이 8m나 되며 고로쇠나무와 때죽나무가 이어져 만들어졌다.

생소하고 기이한 형태는 보는 이에게 많은 생각을 갖게 한다. 한라생태숲 관계자는  “사람으로 비유하면 서로 어깨동무하고 얼싸안은 모습으로 남녀의 애틋한 감정을 잘 드러내고 있고, 도내에서 발견된 연리목 중 사랑의 특징을 잘 나타내고 있다”고 말했다. 커플들은 연리목을 보며 더욱 단단한 사랑의 관계가 지속되길 희망하고 솔로들은 연리목에 대한 시샘과 동시에 언젠가 다가올 사랑을 기대하고 있다.

△ 단풍나무숲, 벌써 단풍에 물이 들다?

가을이 아니어도 잎이 빨간 ‘홍단풍’

단풍나무숲에 들어섰을 때 몹시 당황스러웠다. 잎이 초록색인 단풍나무가 있는 반면 가을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잎이 빨간, 벌써 물이 들어 있는 것 같은 단풍도 있었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아는 단풍은 봄·여름에는 초록색 잎을 띠었다가 가을이 되면 잎이 빨간색으로 물드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것은 청단풍으로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가지는 단풍에 대한 대표적인 이미지다. 하지만 처음부터 잎이 빨간 단풍도 존재한다. 그것은 홍(적)단풍으로 5월이 되면 잎이 자라 사람들의 눈에 띄게 된다.

청단풍과 적단풍의 조화는 사람들의 시선과 궁금증을 이끌어 낼만했다. 특히, 홍단풍의 존재는 전문가의 도움 없이 쉽게 접할 수 있는 정보가 아니다. 한라생태숲에서 돌아와 의문이 풀리지 않자 관계자와 통화를 통해 의문을 해결할 수 있었다.

△ 숲의 귀염둥이, 동물 친구  

 

경계하는 ‘노루’
잠이 든 ‘제주 족제비’

 

한라생태숲에는 식물뿐만 아니라 많은 동물도 살고 있다. 하지만 무관심하게 관람을 하다 보면 볼 수 있는 동물도 놓치고 만다. 관광객들이 약간의 관심을 기울이고 관광을 하게 된다면 어디에서도 쉽게 볼 수 없는 희귀하고 귀여운 동물들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우선 팔색조가 서식 중이다. 팔색조는 천연기념물 제204호로 지정될 만큼 귀한 동물이다. 팔색조의 외형은 다채롭다. 몸길이는 약 18cm로 작고 7가지 무지개색 깃털이 가장 큰 특징이다. 또한 아랫배와 아래꽁지덮깃는 진홍색으로 특이하다. 또한 팔색조의 산란기는 4~8월로 현재 진행 중이다. 한라생태숲의 산림욕장에서 팔색조를 만나볼 수 있다. 단, 관광객들이 팔색조의 산란에 방해되지 않게 산림욕장에서만큼은 정숙해야 한다.

다음 노루다. 노루는 제주도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동물로 농작물에 피해를 주는 유해 야생동물로 지정됐다. 또한 저녁에 괴상한 울음소리로 사람들에게 두려움을 심어주기도 한다. 하지만 낮에 귀여운 외형의 노루를 보게 되면 잠시나마 노루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잊게 한다. 야생에서 살아가는 노루는 한라생태숲에 낮보다 관광객이 없는 밤에 자주 출몰하며 수생식물원에서 목을 축이기도 한다.

마지막으로 제주족제비다. 한라생태숲 관람 전 펼쳐 본 안내책자에서 가장 눈이 갔다. 안내책자에서 제주족제비를 발견하자 간절한 마음으로 ‘꼭 봤으면 좋겠다’고 빌었다. 하지만 작은 몸과 적은 개체 수 때문인지 한 번의 방문으로는 만나지 못했다. 좀 더 관심을 가지고 찾아오란 뜻이 아니었을까. 제주족제비는 단순한 숲의 주인이 아니라 관광객에게 재방문을 유도하는 ‘프로 마케터’의 역할 또한 하고 있다.

△ 숫모르숲길과 숫모르편백숲길, 자연

편백나무로 빽빽한 ‘숫모르편백숲길’

그대로를 만끽

한라생태숲 안내도를 보면 ‘되게 크다’는 느낌을 받는다. 그 이유가 바로 이 ‘숫모르숲길’때문이 아닐까. 숫모르숲길은 조성된 테마숲에 비해 자연 그대로를 만끽할 수 있는 숲길이다. 숫모르는 ‘숯을 굽는 동산’이란 뜻으로 한라생태숲 일대의 옛지명이다.
숫모르숲길은 총 4.2km로 테마숲들의 외곽을 크게 도는 코스이며 숫모르편백숲길은 총 8km로 테마숲에서 벗어난 지역을 도는 코스다.

두 코스 중 숫모르편백숲길을 다녀왔다. 가는 길에 두개의 오름과 절물휴양림 그리고 노루생태관찰원이 있었기에 시선이 이끌렸다.

숫모르편백숲길은 마치 최근 방영한 예능 프로그램인‘숲속의 작은 집’을 보는 듯했다. 드 넓은 부지에 빽빽히 자란 편백나무는 왠지 장작을 패야할 것만 같은 분위기를 연출했다. 인터넷에 두 숲길은 ‘비가 오고 안개가 꼈을 때 가장 아름답다’는 평이 많다. 다음에 방문했을 땐 반드시 안개가 잔잔하게 깔려있길 소망한다.

  우연찮게 가게 된 ‘한라생태숲’은 신선한 충격이었다. 제주대학교 주변에 있지만 3년간 학교를 다니며 한 번도 가지 않은 것은 물론 관심조차 없었을 만큼 별것 없을 것 같았다. 우연이 아니었다면 학교에 다니는 내내 방문하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반대로 생각해본다면 ‘일상생활에 지친 현대인인 필자를 위해 계시자가 우연이 아닌 운명으로 한라생태숲에 보내지 않았을까?’라고 생각해볼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한라생태숲에서 충분한 재충전을 했으며 만족스럽고 활동적인 시간을 보냈다는 것이다.
한라생태숲을 관광 시 보다 전문적인 지식을 배우고 싶은 사람은 한라생태숲에서 운영 중인 ‘숲해설’과 ‘주말숲체험’프로그램이 있다. 매일 오전 10시와 오후 2시에 운영되므로 희망하는 사람은 방문 전 예약을 하면 된다.

대한민국 모두가 고달픈 하루를 보내고 있다. 가족끼리와도 좋고 혼자와도 좋으니 모두에게 만족스러운 시간을 갖게 하는 한라생태숲에 들러 마음속 근심과 짐을 훌훌 털어버리고 오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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