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의 교육과정에서는 기말시험이 끝나면 바로 방학이 시작된다. 초ㆍ중등 교육과정처럼 방학식을 따로 진행하는 것도 아니고, 방학숙제를 별도로 부여하지도 않는다. 우리나라 초ㆍ중등 교육과정의 대부분 학생들은 방학을 이용해 학교 보충수업이나 학원 수업을 통해 부족했던 학습을 보완한다. 대학생들이 다닐 수 있는 학원은 일부 공무원시험이나 특수목적 전문대학원 준비 학원, TOEIC 등을 배우는 영어 학원이 대부분이다. 대학을 목표로 하는 초ㆍ중등 교육과정의 학생들과는 달리 대학교의 구성원들에게 방학의 의미는 자신의 진로에 맞추어 달라져야 한다. 

방학은 영어로 ‘vacation’이라고 하며, ‘자유로움’이란 의미를 가진 라틴어 ‘vacatio’에서 유래했다. 방학은 한자로 ‘放學’으로서 ‘放’은 ‘내려놓다’, ‘멀리하다’는 뜻과 더불어 ‘넓히다’라는 의미도 가지고 있다. 더위나 추위가 주는 스트레스와 학습에 대한 스트레스를 내려놓고, 자신의 꿈을 넓히는 시기이다. 이와 같이 방학은 학교의 규칙적이고 바쁜 정규 학기의 교육과정과 시험을 벗어나 자유롭게 자신의 지경(地境, boundary)을 넓히는 시간임을 알 수 있다. 고려시대의 사학(私學) 12도(十二徒)나 조선시대 사설 초등교육기관인 서당(書堂)에서도 방학에는 기존에 가르치던 방식에서 벗어나 암기 대신 시와 율(律)을 읽고 짓는 것으로 방학을 보냈다고 한다.

따라서 방학은 일상적인 정규 교육과정에서 벗어나 스스로 비교과 교육과정을 구성해서 실천하는 시기라고 할 수 있다. 비교과 교육과정은 정규 교과 과정에서 다루지 못하는 주제에 대한 교육이나, 정규 교육과정을 보완하여 역량을 향상시키기 위해 정기적 또는 비정기적으로 수행하는 교육활동을 의미한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방학이 되면 많은 대학생들이 아르바이트나 해외 배낭여행, 토익공부에 매진하는 경우가 많다. 부모님의 경제적인 부담을 경감하기 위한 목적을 포함하여 각자 의미를 부여하며 방학을 보낸다. 그러나 다른 사람이 하는 비슷한 활동이 아닌 자신만의 지경을 스스로 넓히기 위해 방학을 활용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정규 학기가 기초를 닦고 좋은 평점을 취득하기 위한 목적이었다면, 올해부터 방학을 자신의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하고, 나보다는 남을 위해 사용하는 것은 어떨까? 방학이 되면 아르바이트보다 해비타트 운동에 참여하거나 다양한 봉사로 저개발 국가를 방문하여 스스로 인생에 대해 깊이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지며 나보다는 남을 위해 방학을 활용하는 많은 외국대학 학생들을 보면 부럽다.

우리 학교 학생들이 방학을 보내는 다양한 모습도 각자 의미가 있겠지만, 이와 함께 방학의 일부 시간만이라도 다른 사람, 다른 세대, 다른 국가를 위해 재능을 나누는 모습도 기대한다. 우리 학교 구성원들 모두가 방학을 통해 ‘나’만 행복하기 위한 준비가 아닌 ‘나’와 ‘너’가 서로 소통하여 어울려 살아갈 수 있는, 미래를 준비하는 역량을 갖추는 기회가 되어야 한다. 이를 통해 우리 대학의 인재상인 ‘바람인’, ‘오름인’, ‘바다인’의 모습을 갖춘 인재로 자랄 수 있다.

저작권자 © 제주대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