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민석 저(비채. 2018)<고민과 소설가>

“설마 내가 이상한 건가요?”

누구나 고민은 있다. 하지만 생각보다 고민을 진지하게 들어주는 이는 없다. 물론 여러 의미로 좋은 얘기(?)를 해주는 어른들은 참 많은 세상이다. 답답한 마음에 고민을 털어놓아도 누군가 제시해준 정답(!)에 더 답답해지는 건 느낌적 느낌 기분 탓일까?
일상에, 학교에, 미래에 치이는 젊은 ‘프로 고민러’라는 생각이 한 번이라도 들었다면. 과감하게 최민석 작가의 <고민과 소설가>와 만나보는 걸 권해보고 싶다.

뜬금없이 고민에 소설가를 찾아가란 얘기가 이상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세상사 어떤 직업을 둘러봐도 소설가만큼 일상 자체가 고민의 연속인 존재는 없다. 떨어지는 낙엽에 인물을 떠올리고 이야기를 그려내다가 또다시 혼자만의 고민으로 빠져드는 정말 이상한 존재(?)인 셈이다.

스스로 생각해보았을 때, 설마 내가 이상하다는 걸 제대로 알고 싶다면 진짜 이상한 존재만큼 확실한 길잡이가 있을까? 이상해보지 않은 자들은(혹은 여전히 스스로 이상함을 부인하거나 못 느꼈거나) 이상한 고민을 제대로 들을 귀가 없다. 그러니 할 수 있는 대답은 그저 어디선가 스치듯 들어봤던 소위 좋은 얘기(?)가 아니던가.

단언컨대, 이 책은 다르다. 고민이라면 보통 아주 거창하게 미래, 사랑, 청춘만이 그럴싸하고 값지다고 여기겠다만. <고민과 소설가>에서 다루는 고민들은 조금은 다르다.

‘글을 읽으면 졸려요’, ‘여행을 싫어하는 게 이상한가요?’, ‘웬만한 남자들보다 머리가 커요’, ‘남자친구가 가난합니다.’, ‘쓸데없이?진지한 게 고민입니다’ 등등

어쩌면 우리가 한 번쯤은 스치듯, 술자리 같은 데서 농담처럼 내뱉었던 가벼운 듯 절대 가볍지 않은 진짜 고민들과 소설가인 저자의 조금은 다른 의견들이 담겨 있다. 과연 이게 도움이 될까 싶으면서도 끝까지 읽고 나서 잠들기 전 떠오르는 생각들…….

최소한 내가 이상하다는 그 사실 하나만이 이 책으로 깨닫는 것만으로도 큰 수확이 아닐까 싶다. 만약 10년 전쯤 이 책이 탄생하고 운명적으로 만났다면, 난 좀 더 빨리 이상하게 살아가는 방법을 깨달았을지도 모를 정도다. 유쾌함 속에 담긴 묵직한 저자의 목소리, 거기서 풀어가는 나의 진짜 고민들의 실마리. 이 정도면 최소한 단 한 페이지라도 넘겨볼 가치가 있지 않을까?

“어찌해야 좋은 어른이 될까요?”

나도 소설가의 길을 걸으며 수많은 고민들과 만나왔다. 내 나름대로 많은 이야기를 해주었다고 자부했으나, 이 질문 앞에서는 입이 다물어지고 말았다. 어쩌다 서른이 되고, 어쩌다 결혼을 하고, 어쩌다 아이까지 있는 지금까지도. 내가 과연 어른이 된 건지 의아스러울 때가 많다. 그냥 어른도 아니고 ‘좋은 어른’이 되는 방법, 완벽하게 대답해줄 수 있는 ‘진짜 어른’은 얼마나 될까? 최소한 이런 고민이라도 해봤다는 자체가, 답을 찾아가는 첫 시작은 했다고 본다. 물론 많은 부분에서 더 헷갈리고 헤매고 헤어나올 수 없는 지경도 맞닥뜨리겠지만. 어찌됐든 내가 과연 어떤 어른인지, 어떤 사람인지에 대한 고민은 평생 안고가야 할 정신적 신체 일부가 될 수도.

그런 의미에서, <고민과 소설가>의 마지막을 장식한 ‘어찌해야 좋은 어른이 될까요?’를 통해 저자만의 진짜 어른을 고민하는 모습이 명확하게 드러난다. 세상에서 가장 어려울지도 모를 그 질문마저도 소설가의 감성으로 풀어내는 이 책.

세상사 많은 고민해결사가 존재한다지만. 한 번쯤은 기회가 된다면, 책으로 혹은 직접 연락까지도 시도해보는 용기로 지금 품은 고민을 풀어보는 건 어떨까? 질량보존의 법칙처럼 고민 하나를 털어내면 새로운 고민이 어느 순간 자리 잡는 게, 우리네 인생이라지만.
나의 고민을 내보내고 새로운 고민과 만나보는 오묘한 만남 역시 인생을 살아가는 재미가 되지 않을까? 그런 의미에서 지금 우린 무엇을 고민하고 있는지. 이 책으로 조금이나마 실마리가 풀어갈 수 있을지, 만약 그게 조금 힘들다면 조금 바쁜 저자 대신 나를 찾아와도 좋다. 어찌됐든 우리네 2030 프로고민러들을 오늘도 응원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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