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가지고 있는 의미를 침소봉대하여 그 본연의 뜻을 흐리게 하는 것을 우리는 본질 왜곡이라 한다. 우리나라를 크게 달군 굵직한 사건들을 돌이켜보면 피의자로 보이는 이들과 주위에 있는 사람들이 그 피의 사실을 회피하기 위해 가장 자주 저지르는 행동이나 언행에서 흔히 볼 수 있다. 비교적 최근 정치권에서 자주 등장했던 “주어가 없다”가 대표적인 사례일 것이다. 한글의 문법 구조상 주어가 생략되는 경우가 많기에 일반적으로 볼 때 사실로 볼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증거 부족 등으로 왜곡된 본질을 지켜봐야 하는 것이다.

미투 운동 또한 마찬가지이다. 2006년 미국의 여성 사회운동가 타라나 버크가 가장 약자인 소수인종 여성, 아동들이 자신의 피해 사실을 드러낼 수 있도록 독려해주고 피해자들끼리 서로의 경험을 통해 공감하고 연대하며 용기를 내어 사회를 바꿔갈 수 있도록 한 것이 미투 운동의 시작이라고 한다. 처음에는 조심스럽게 익명으로 출발했으나 운동이 확산됨에 따라 조금씩 피해자들이 용기를 내어 자신을 드러내기 시작했고, 우리나라는 물론 우리 대학에서도 유사한 일들이 제기돼 아직도 미결 상태에 있다. 집단 이기주의라고 해야 할지, 집단의 오래된 관습 또는 동질성 때문이라고 해야 할지는 모르지만, 남성과 여성 집단, 갑과 을의 집단은 동일한 사안을 두고 해석하는 방법이나 방향이 달라 본질이 왜곡되기 쉬운 것이 미투운동이기도 하다.

우리나라 고사성어에 군사부일체라는 말이 있다. 네이버 지식백과에서는 “임금과 스승과 아버지의 은혜는 다 같다” 라는 뜻이라고 한다. 이 말의 유래는 모르겠으나 ‘이이’ 선생께서는 “임금과 스승과 부모는 일체이니 정성껏 받들어야 하며, 자기 생각대로 스승을 비난하는 것과 같은 행동은 좋지 못하다.”라는 말씀을 남겼다고 한다. 하지만 이 고사성어야 말로 “주어가 없다”. 아니 어쩌면 목적어가 없는 것이다. 제자가 주어라면 “제자는 군사부일체를 지켜야 한다.” 이지만 군사부가 주어라면 군은 백성을, 사는 제자를, 부는 자식을 위해 한결 같아야 하는 것이다. 군사부일체를 이렇게 해석한다면 본질의 왜곡인가? 왜곡이라도 좋다.

현대 사회의 대통령을 포함한 정치인, 스승, 아버지가 군사부일체를 이와 같이 해석하고 따른다면 끝없이 진행되는 정치인들의 비리, 갑의 횡포, 스승들의 불합리한 일들, 그리고 우리나라에서 일어나는 미투 운동, 제주대학교에서 일어난 여러 가지 사안들은 일어나지 않았거나 줄어들지 않았을까?

앞으로 군사부일체를 “임금과 스승과 부모는 한 몸이니 부모가 자식을 생각하는 마음으로 군은 국민을, 사는 제자를 생각해야 한다”로 왜곡해 해석하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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