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개되지 않은 회의록과 예산안
타 학교 ‘회의록 꾸준히 공개 중’
새로운 홈페이지 개설 방안 추구

학생 중앙자치기구 홈페이지의 업무보고 게시판에는 총여학생회와 총대의원회 각각 1건의 회의록만이 올라가 있다.

“회의록ㆍ예산안 모두 학생들에게 공개하겠습니다”

매년 이맘때쯤 되면 모든 선거운동본부가 한 번쯤은 외쳐본 이야기이며 학생들이 들어본 말이다. 하지만 이 약속은 어디에나 있고 어디에도 없는 것이다. 2018년이 시작되고 업무보고 게시판의 하위 항목인 ‘회의록과 예산안’에는 싸늘함만이 감돌고 있을 뿐이다. 총학생회 ‘0’건, 총여학생회 ‘1’건, 총대의원회 ‘1’건, 동아리연합회 ‘0’건.

△ ‘우리학교, 이대로 괜찮은 거야?’

싸늘한 게시판을 보고 있자니 걱정이 밀려온다. ‘회의는 하는 것일까?’ 다행인지 불행인지 중앙운영위원회에 속해 있는 친구를 통해 ‘한다’는 답을 들을 수 있었다. 그래서 더더욱 의문이 든다. ‘왜 학생들에게 공개하지 않는 것일까?’ 지난 몇 년간 학생 중앙자치기구가 그렇게 외쳐온 것이 아니던가. 결국 학생들은 매번 속는다.

일반 학우들도 이에 크게 반발하지 않는 것이 아쉽다. 학생들은 알 권리를 안 채 모르는 채 잃어가고 있다. 학생 중앙자치기구를 감시하는 역할은 총대의원회가 맡고 있다. 하지만 누구보다 무서운 감시자는 학우들이다. 최고의 힘을 가지고 있는 감시자가 일하지 않는 것은 ‘알아서 잘하겠지’라며 방임하겠다는 것이다.

△ 학생회칙부터 고쳐야 한다

백번 양보해 학생들의 무관심이 게시판에 공란을 만들어냈다고 하자. 그렇다 하더라도 학생 중앙자치기구는 할 말이 없다. 회의록 및 기록물 공개 및 보존이 명시돼 있지 않은 학생회칙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의 기초가 헌법이듯 학생 중앙자치기구의 기초는 회칙이다. 현재 헌법을 변화시켜야 할 부분이 있기에 개정하려는 움직임을 볼 수 있다. 그럼에도 잘 이뤄지지 않는 이유는 야당의 반대도 있지만 6공화국을 이끌어낸 ‘6월 항쟁’의 숭고한 의미를 쉽게 건들지 못하기 때문이다.

학생 중앙자치기구도 이와 같은 장대한 이유 때문에 학생회칙을 변화시키지 못하는 것일까? 그래도 총학생회칙이 만들어진 1985년 이후로 10차례 개정은 이뤄졌다. 하지만 여전히 미비해 보인다. 10차 개정을 거치는 동안 학생들의 알 권리를 충족시켜줄 예산안을 제외한 기록물에 대한 ‘공개’ 내용을 명시하지 않았다는 것이 아쉬울 뿐이다.

△ 학생회칙, 타 학교와 비교해보자

우리대학의 학생회칙은 타 학교와 비교해봤을 때 양과 질에서 초라해 보인다. 우리대학 총학생회칙은 17페이지로 이뤄져 있다. 관련 세칙과 부칙은 없다.

서울대학교 총학생회칙은 17페이지로 우리대학의 학생회칙과 페이지 수가 같다. 하지만 ‘공간조정 시행세칙’, ‘재정운영세칙’ 등 10개의 세칙이 시행 중이다. 고려대학교는 총학생회칙ㆍ세칙ㆍ규칙ㆍ부칙을 통합해 시행하고 있어 총 109페이지에 이른다. 지금 말하고자 하는 바는 ‘양이 많으면 무조건 좋다’가 아니다. 총학생회칙이 ‘총학생회라는 의미를 담고 있을 만큼의 가치가 있을까’의 문제다.

세칙의 의미는 ‘으뜸이 되는 규칙을 다시 나눠 상세하게 만든 규칙’이다. 우리나라의 법으로 따지면 헌법 아래 법률 정도가 될 것이다. 추상을 구체로 나타내기 위한 것을 대학으로 대입하면 세칙인 셈이다. 그럼에도 다양한 세칙이 제정돼 있지 않은 것이 안타깝다.

더군다나 일반 학우들은 10월 15일 총대의원회에서 ‘선거관리 시행세칙’을 제외하고 학생 중앙자치기구의 회칙 및 세칙을 찾아볼 수 없다. 이에 반해 확인 결과 타 학교의 학생 중앙자치기구 대부분은 회칙 및 세칙을 공개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 좀처럼 나아지지 않는 자치기구 홈페이지

제주대신문은 학생 중앙자치기구에 홈페이지를 최신화하고 각종 자료를 공개할 것을 요청하고자 2016년부터 2018년까지 3차례에 걸쳐 기사화 했다. 제956호 ‘시간이 멈춰버린 학생자치기구 홈페이지’, 제981호 ‘학생자치기구 얼굴인 홈페이지 관리 여전히 소홀’, 제985호 ‘아직도 미흡한 학생자치기구 홈페이지’의 기사가 있다.

하지만 돌아오는 말은 ‘홈페이지 관리하겠다’는 말뿐이고 실질적으로 이뤄진 것이 없다. 타 대학의 학생 중앙자치기구와 비교했을 때도 초라해 보인다. 수도권 대학은 물론 지방거점국립대학의 학생 중앙자치기구 홈페이지에는 회의가 이뤄질 때마다 안건지를 비롯해 회의록까지 올린다. 또한 총학생회의 각종 위원회에서 이뤄진 회의조차 공개된다.

△ 총학생회장이 묻고 답하다

무엇 때문에 관리가 안 되는 것일까? ‘소신’ 총학생회 문성빈 회장에게 직접 물어봤다. 그 결과 홈페이지 자체가 HTML 언어를 사용해야 하기 때문에 전문적인 능력 없이는 관리가 힘들다는 것이다.

문성빈 학생회장은 “회의록 및 예산안을 홈페이지에 올리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지만 정보통신 분야 전문가가 없다 보니 올리지 못하게 됐다”며 “(하지만) 지난 몇 년간 이 시스템을 고치지 못한 것은 아쉽다”고 말했다. 이어 “후임 총학생회에 인수인계 시 홈페이지를 새롭게 개설해보는 방향을 추구하려 한다”고 말했다.

△ 2019년 학생 중앙자치기구에 말한다

선거운동 기간인 현재 선거운동 본부는 한입 모아 ‘학생 중앙자치기구 홈페이지 활성화’ 혹은 ‘홈페이지 신설’을 주장하고 있다.

매해 그랬듯이 학생 중앙자치기구와 학생들은 기로에 섰다. 또 속일 것인가. 또 속을 것인가. 결과는 어떻게 될지 모르기에 맹목적인 적개심은 접어두겠다. 하지만 지난 몇 년간 모든 학생 중앙자치기구는 학생들과의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

이제는 달라져야 하지 않을까. 선거운동 기간에만 반짝 외치고 행하지 않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다.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라면 학생들은 학생 중앙자치기구를 뽑을 이유가 없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학생들이 학생회비를 내지 않아 걱정이라고? 그렇다면 보다 투명하게 하라.

학생들이 학교 일에 관심이 없어 학생 중앙자치기구와 단과대학 선거에 출마하지 않는다고? 그것은 예비 후보자들에게 기회가 아니라 위기다. 어느 누구도 투표에 참여하지 않을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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