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석언  총장

1954년 5월 창간한 제주대신문이 64년이 지난 오늘, 지령 1000호를 맞았습니다. 5년 전인 2013년 9월 900호를 맞은 지도 벌써 5년이나 훌쩍 지났습니다. 900호에서는 1971년 6월 15일자로 발행된 100호 1면 머리기사를 인용하여 제주대신문의 역사를 되새겼습니다. 아직도 기억이 생생한 그 내용을 다시 한 번 되새겨봅니다.

“대학의 지팡이이며 올바른 여론의 조성과 학구적 의욕의 증진, 상호이해와 협조 정신의 양양 등 대학 내의 지성을 이끌어주며, 학교당국과 학생들과의 가교적 역할로서의 본 신보가 창간되어 고고의 성을 발한 이래로 예산의 부족과 필진의 고갈, 월간의 핸디캡을 극복하고 이제 지령 100호 발간을 맞이하게 되었다.”

대학신문이 나아가야할 길과 현실적인 어려움을 이보다 더 잘 표현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물론 “월간의 핸디캡”은 1990년대 주간 발행으로 해소된 것으로 기억합니다. 하지만 800호를 맞은 2008년 이후 제주대신문은 격주간이 되었습니다.

“예산의 부족과 필진의 고갈”에 학생기자의 절대 부족이 보태졌기 때문이라고 들어 알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대학 전체, 그리고 대학신문을 포함한 종이신문, 나아가서는 언론이 맞이한 공통된 위기입니다.

이런 위기 속에서도 1000호를 맞은 데는 무엇보다도 신문방송사 주간교수님을 비롯한 직원선생님들, 학생편집국장을 포함한 학생기자의 노고가 컸으리라고 생각합니다. 그 노고에 감사한 말씀을 드리면서, 축하하는 마음을 함께 전합니다. 어려운 환경에서도 묵묵히 대학언론으로서 역할을 수행하고 계신 여러분께 고맙고, 축하합니다. 여러분은 외롭지 않습니다. 우리 대학 가족 여러분의 관심과 응원이 함께 하기 때문입니다.

돌이켜보면, 1971년 6월 15일자 100호에서부터 1998년 11월 20일자 600호에 이르기까지는 대학신문의 전성기였습니다. 기성언론에 실리지 않는 시국사건소식, 대학현안에 대한 학생기자들의 날카로운 비판, 소장학자들의 진보적인 학술논문 등이 지면을 메우면서 학생들의 뜨거운 호응을 얻었기 때문입니다.

제주대신문도 학내외의 문제를 적극적으로 다루면서, 한편으로는 스스로를 향한 비판에 철저해질 것을 약속하는 등 대학언론으로서 역할을 성실히 수행해 왔습니다.

하지만 700호를 맞은 2003년을 즈음하여 대학언론 전체가 위기를 맞이합니다. 취업난과 맞물려 대학신문의 인기가 시들해졌기 때문입니다. 뒤이어 800호를 맞이한 2008년 즈음에는 인터넷의 발달과 함께 하루를 기다려 활자로 인쇄되던 종이신문의 위기도 본격화되기 시작했습니다.

1000호를 맞은 지금 기성언론은 더 근원적인 문제에 직면하고 있습니다. 브렉시트와 미국 대선을 거치면서 전 세계에서 ‘가짜 뉴스(fake news)’ 문제가 대두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기성언론은 사실 보도보다는 보도된 사실의 확인, 곧 “사실 확인(Fact Check)”에 안간힘을 쓰고 있습니다.

보려고도, 믿으려고도 하지 않는 것이야말로 이 시대 언론에게 내려진 사망선고입니다. 이 엄중한 시기에 대학신문의 발행인으로서 제주대학교 가족 여러분께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1000호를 맞이하기까지 보내주신 성원을 앞으로도 이어나가 주십시오. 우표 값을 아끼려고 학보를 접어 두른 띠지 안쪽에 안부를 묻는 글을 써서 보내던 그 시절의 젊고 순수했던 열정을 기억해 주십시오. “기본에 충실한 대학, 미래를 준비하는 대학”은 그러한 열정들이 한 데 모여 힘을 발휘할 때 실현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한 해를 마무리하는 연말에 이르렀습니다. 돌이켜보면 취임식 전부터 감당하기 어려운 많은 일들이 쌓여 있었습니다. 그 일들을 하나씩 헤치고 나오면서 지금에 이르렀습니다.

아직도 해결되지 않은 일들이 많습니다. 제주대학교 가족 여러분의 지혜를 모아 처리해야 할 일이 많다는 이야기입니다. 보도된 사실 확인이 필요한 ‘주객이 전도된 시기’입니다.

이런 때에 제주대신문이 제주대학교 가족 여러분의 지혜를 모으는 공론장이 되기를 바랍니다. 그리하여 제주대신문이 오히려 기성언론의 활로를 여는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성원하겠습니다.


2018년 12월 5일

송석언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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