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범훈  제주대신문동우회장

제주대신문의 1000호 발간을 국내외 동우회원들을 대표하여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무릇 대학신문의 본질은 아카데미즘과 저널리즘의 적절한 조화에 달려있다고들 말합니다. 대학의 학문적 성과를 계승 발전시키는 한편, 대학 환경의 옳고 그름을 지적하고 비판하는 언론의 고유 기능도 수행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여기에다 사회문제를 심층 취재하여 기성 언론에 적지 않은 반향을 불러일으키기도 합니다. 그런가 하면 군사독재 시절에는 학생들의 소통창구 역할까지 마다하지 않았습니다. 당시 구독률만 아니라 열독률까지 높았다니 읽히는 대학신문 제작자로서 학생기자들의 자부심이 대단했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대학신문을 일컬어 우리 시대의 산증인으로써 희망을 볼 수 있었다고 합니다.

그러나 작금의 상황은 그리 녹록지 않다는데 문제의 심각성을 읽을 수 있습니다. 상업문화가 급속도로 대학사회에 파고들고 있습니다. 정보 통신기술의 발달로 인한 뉴미디어의 공세까지 가세하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 대학신문은 학생들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지적들이 끊이질 않습니다. 어쩌면 대학 생활 내내 오로지 취업준비에만 매달려야 하는 냉혹한 현실이 학생들로 하여금 대학신문에 무관심토록 하는 가장 큰 이유일 것입니다. 한마디로 대학신문의 위기인 것입니다.

우리 제주대신문 역시 이에 예외가 아니라고 봅니다. 학생기자를 뽑는데 지원자가 손가락을 꼽을 정도니 인력난부터 가중될 수밖에 없습니다. 학내 문제를 이슈화하기엔 턱없이 부족한 취재 시간 등 어려움이 한 둘이 아닌 것입니다. 어쩌면 때 묻지 않은 젊음의 푸릇한 관점과 진취적인 문제 제기라는 학생기자 정신을 꺼내기가 솔직히 두렵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제주대신문이 이러한 냉혹한 현실을 딛고 읽히는 신문으로써 위상을 회복할 수 있다고 자신합니다.

그러한 바탕에는 1000호라는 대역사가 자리하기 때문입니다. 창간호, 2호, 3호 발행과 같이 한 해 한 해 쌓아 올리면서 이겨내야 했던 갖가지 고난과 시련들은 제주대신문의 오늘이 있게 한 든든한 버팀목입니다.

지금 제주대신문 앞에 놓은 여건들은 과거 선배들이 겪어왔던 어떤 어려움보다 냉혹할 것입니다. 바로 이런 점에서 대학 본부의 전폭적인 지원이 이어지기를 기대합니다. 재정적 지원만이 아니라 학생기자들의 위상을 높이는데에도 특단의 관심을 기울여주기 바랍니다. 일례로 서울의 모 대학에서는 학생기자를 학내 의사를 결정하는 학무회의에 주기적으로 참관시키고 있다는 점을 상기시키고 싶습니다. 물론 학생기자들 스스로의 노력은 기본일 것입니다.

흔히들 나라가 바로 서려면 언론이 바로 서야 한다고 했습니다. 마찬가지로 대학이 바로 서려면 대학신문이 바로 서야 할 것입니다. 제주대신문은 2024년 창간 70주년을 맞는 글에서 대학 본부의 상생적인 지원을 영원토록 기록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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