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종이신문 이용률 불과 0.3%… 대학신문의 위기 반영
위기 돌파 방법은 저널리즘 강화와 학생기자 조직 활성화

대학신문이 학생들은 물론 대학 내에서 중요한 커뮤니케이션 수단이던 때가 있었다. 1980~90년대 중반까지 대학신문은 대학과 지역사회를 향한 날 선 비판을 담은 공론장이었다. 또 하나의 대학문화와 역사를 살펴볼 수 있는 문화지로서의 기능도 톡톡히 했다. 

시간이 흘러 인터넷과 SNS 등의 미디어 기술의 비약적인 발전과 환경 변화는 대학신문의 존폐를 위협하고 있다. 정보통신 기술의 발달은 저널리즘의 영역과 개념을 혁신적으로 바꿔 놓았다. 개인의 미디어 사용 능력과 표현 능력이 무한대로 확장되면서 신문으로 대표되는 매스미디어는 퇴물로 전락했다. 독자도, 기자도 떠나는 대학언론은 침체기를 맞았다.

제주대신문이 1000호 발행을 맞아 실시한 재학생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의 82.5%가 ‘제주대신문’을 읽지 않는다고 응답했다. 이러한 위기의 배경에는 우선 대학신문의 최고 독자라고 할 수 있는 20대 대학생들의 미디어 이용행태 변화가 가장 큰 요인이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이 격년으로 실시하는 2017 언론수용자 의식조사에 따르면 20대에서는 모바일 인터넷 이용률이 99.2%로 가장 높았으며, 모바일 인터넷과 PC 인터넷 중 1개 이상 이용한 인터넷 이용률이 99.9%로 20대 거의 대부분이 인터넷을 주로 이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에 종이신문 이용률은 불과 0.3%에 그쳤다.

마셜 맥루한이 말한 ‘미디어는 메시지다’라는 관점에서 종이신문으로 발행되는 대학신문의 열독률이 현저히 떨어지는 것은 당연지사일 수 있다. 특히 취업난에 허덕이고 학점 관리와 알바, 스펙 쌓기에도 바쁜 학생들에게 더욱 그렇다. ‘읽히지 않는’ 대학신문은 앞으로 어떻게 대응해나가야 할까. 그래도 희망적인 단서는 있었다. 응답자의 77.7%가 제주대신문은 ‘필요한 존재’라고 답했다. ‘필요하지 않다’라는 22.3% 보다 월등이 앞서 있다. 분명히 대학신문의 존재를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 대학신문은 왜 필요한가?

대학신문은 대학 캠퍼스 내에서 관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각 분야에 대한 정보를 수집해 학생과 교수, 직원 더 나아가서는 학부모와 동문 등 학교와 관련 있는 지역사회를 수용자로 하여 언론 활동을 전개하는 미디어이다. 언론은 공익을 우선시하는 것이 기본이며, 알 권리를 충족시키는 동시에 새로운 정보를 제공해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역할과 책임을 지니고 있다. 그래서 항상 대학신문은 독자들을 우선시해야 한다.

대학신문의 본질은 대학 구성원들의 의사소통 현상이다. 따라서 대학신문은 대학의 존재라는 전제하에 존립이 가능하다. 그러므로 대학신문은 정보나 지식을 전달하는 수단 이상의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 대학신문의 사명은 여기에 대학 문화의 선도와 학문의 성취를 위한 결합의 장(field)이다. 즉 아카데미즘(academism)과 저널리즘(journalism)의 합일성을 전제한다는 것이다. 대학의 학문적, 문화적 성과를 계승하는 중요한 매개체 역할을 하고 있으며 한편으로는 학내 문제를 이슈화해 심층 취재함으로써 대학 환경을 감시하는 언론의 고유한 기능을 수행하기도 한다.

이러한 대학신문의 기능과 역할에 대해 학생들의 설문 결과도 비슷했다. 응답자의 58.8%가 제주대신문의 필요 이유로 ‘학내 뉴스와 정보를 알기 위해서’를 꼽았고, 다음으로 ‘학내 감시기능’ 16.6%, ‘여론 수렴’을 9%로 답했다. 제주대신문의 위기를 돌파할 해결 방법으로 저널리즘의 강화라는 해결책을 내놓고 있다. 풀어 말하자면, 대학의 정보를 단순히 전달할 뿐만 아니라 환경을 감시하고 대학 문화를 전승 발전시키며, 대학 내의 민주주의를 제고하는 저널리즘 기능을 수행하는데 더욱 매진해야 한다는 질책이다.
대학신문은 대학이란 특수한 영역을 떠나서는 논의될 수 없는 만큼 대학에서 일어나고 있는 다양한 사건들을 정확하고 공정하게 보도함으로써 대학 구성원들에게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는 기능을 다해야 한다. 또 대학신문이 기록하는 모든 사건과 내용들이 바로 대학의 전통이며 문화가 되는 만큼 학생기자들의 취재와 기사작성, 편집과 배포 등에 모든 전력을 다하라는 주문이기도 하다. 

▲학내 비판·여론 형성·대학 기록 누가 할 건가?

대학이 수행하는 세 가지 중요한 기능은 학문을 전수하고 배우는 교육 기능, 학문의 자유에 요구되는 덕목들을 준수하면서 진리를 탐구하는 연구 기능, 교육과 연구에 의한 결과를 사회에 환원하는 사회봉사 기능이라 할 수 있다. 이 세 가지 기능을 더욱 강화 확대하기 위한 대학 구성원들 간의 소통이라는 전제 조건 속에서 대학신문이 존립한다. 

그러나 격변하는 시대 변화 속에서 대학신문은 본연의 정체성을 드러내지 못함으로써 능동적으로 대처해 나가지도, 미래에 대한 대안을 세우지도 못하고 있다. 과거에는 이념성에 치우친 나머지 대학 문제에 너무 소홀했고, 최근에는 대학생들의 관심 영역에서 벗어나고 있는데다 학생기자들의 자질과 소양이 부족해 다양한 기사나 콘텐츠의 질적 확보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그 결과 대학신문에 대한 독자의 무관심과 외면은 점점 커지고 있다. 이것이 바로 대학신문이 맞닥뜨린 근본적인 문제다.

대학신문 기자는 학생과 기자의 역할을 동시에 수행해야 하는 이중성을 지니고 있다. 다양한 상황 속에서 대부분 학생 역할이 기자 역할보다 우선시되는 경우가 많다. 또한 학생기자는 사내에서 나름대로의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으나, 기자로서의 체계적인 지식과 숙련된 기능을 갖고 있지 못하다. 전문직 요건을 충족시킬 만한 지식과 기술을 연마시키기에는 시간과 재정적으로 여러 가지 문제가 있다. 더불어 학업과 병행하다 보니 기자로서 전문성을 지속하기 위한 자기 계발 노력을 기울이기가 어렵다.

진정 대학신문의 발전과 변화를 위해선 학생기자들의 생활과 마음가짐이 변해야 한다. 바로 이러한 독자들의 물음에 대해 답을 내놓아야 할 주체는 오로지 학생기자 뿐이기 때문이다. 원고 마감시간을 지키는 것, 편집 시간 데드라인 설정, 수업과 취재의 문제 등을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은 개인의 성실성 하나만으로는 부족하다. 공동체의 노력과 학생기자들끼리의 적절하고도 자발적인 규제들이 선행돼야 한다. 즉 조직시스템의 유지와 강건함이 중요하다. 당연하건데, 편집회의, 원고 마감과 지면 편집 완료, 배포 등이 원활히 이뤄질 때 의사소통의 합리성과 조직의 강화도 이뤄질 수 있다. 이의 기반이 완성되지 않는 한 ‘읽히는’ 신문, ‘보다 좋은’ 신문 만들기는 요원할 뿐이다.

저작권자 © 제주대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