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중 건(07~10년 학생기자)

제주대신문에 들어가게 된 것은 순전히 우연이었다. 대학에 입학하고 학과 엠티를 다녀왔던 어느 날이었다. 술이 좀 덜 깨었을 때였던 것 같다. 대학 이곳저곳을 걷다가 대자보 하나를 봤다. 신문사 수습기자 모집 내용이었다. ‘신문사’ 라는 신묘한 단어의 힘에 이끌려, 두근거리기 시작하더니 어느새 ‘대학신문 기자’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입사원서를 냈다.

사실 대학에 입학하면서 교사를 꿈꿨다. 그런데 어느 순간 정신을 차려보니, 대학신문 기자가 돼있었고 점차 꿈이 바뀌었다. 기자가 돼야겠다고 마음먹은 것이다. 정신없이 대학생활과 학보사생활을 하다, 불현듯 그제서야 옛날 생각이 났다. 어릴 적 장래희망에 무심코 적어뒀던 직업이 ‘기자’였다는 것을. 고등학교를 진학할 때까지만 해도 내가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알고 있었는데 까맣게 잊었던 것이다.

대학신문 생활 때, 무척이나 힘들었던 기억이 아직도 남아 있다. 수많은 취재현장을 돌아 다녔고, 며칠씩 밤을 새기도 했다. 원고를 쓰고 편집하며 실수도 많이 했고, 칭찬도 받았다. 기사를 발굴하고, 취재를 하고, 글을 쓰고, 편집도 하고 기술적으로만 봐도 참 많다. 신문사에서 사실상 내 삶의 밑천을 쌓았다.

그 중에서도 제일은 현재 내가 ‘세상과 나를 바라볼 수 있도록 한 데’에 있다. 무작정 살기 바빴던 삶에서, 내 삶에서 무엇에 중요한 가치를 둬야 하는지를 고민하게 하는 삶으로 변화하게 한 것, 그것을 일깨워 준 것이 가장 크다. 대학신문사에서의 경험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하다.

이 글을 쓰면서 다시 잊고 있는 건 아닌지 모를 꿈에 대해 생각한다. 그때로부터 10년도 넘은 시간이 지났다. 나는 지금 기자가 아니다. 그러나 나는 지금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고 꽤나 만족스럽다. 신문사에서 배운 많은 것들은 내가 더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도록 했다. 짧지만 많은 사회생활을 해 볼 수 있도록 도왔다. 그 경험들이 모여 현재의 나를 만들었다.

오늘날 나에게 가장 만족스러운 부분은 아직도 진행 중인 꿈에 대해 고민하고 있고, 스스로 결정해 나가고 있는 그 의연한 힘에 있다. 그것은 제주대신문이 나에게 준 커다란 힘이다.

800호가 발행되던 때, 편집국장을 맡은 바 있다. 벌써 1000호라는 사실이 익숙지 않다. 대학시절을 회상하다 보니, 마치 지난해까지도 학생기자였던 것만 같다. 아직도 많은 학생기자들이 신문사에서 밤을 지새우고 신문을 만들고 있을 생각을 하니, 참 안쓰러우면서도 고맙다. 많은 선배님들과 나의 이야기처럼, 그대들에게도 신문사에서의 생활은 큰 열매를 안겨 줄 것이라는 말을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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