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채 현

정치외교학과 3

배터리가 다 닳아버린 핸드폰처럼, 아무것도 할 수 없이 꺼져버린 경험이 있는가?     모든 기계는 손쉽게 충전이 가능하지만, 배터리가 다 닳아버리면 더 이상 작동을 멈추고 만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사람은 기계와 달리 배터리가 얼마나 남았는지 확인할 수는 없지만, 언젠가는 닳아 작동을 멈춘다.

얼마 전 에너지가 방전되어, 배터리 없는 휴대폰처럼 꺼져버린 적이 있다. 내가 작동하고 있던 것은 ‘학교 공부’, ‘토익 공부’, ‘아르바이트’가 전부였다. 그 중 매일을 ‘토익공부’로 보냈다. 나의 배터리가 닳고 있다는 것도, 이미 빨간색 불이 켜져 깜빡거리는 신호를 보내고 있다는 것도 모른 채, 내 모든 에너지를 쏟아부었다. 그러던 어느 날, 감기와 소화불량이 겹쳐와 제일 먼저 나의 건강이 꺼졌고, 다음엔 마음과 정신마저 꺼지고 말았다. 다시 달릴 힘을 충전할 시간이 내겐 절실히 필요했다.

달리던 것을 멈추니 내 주변이 보이기 시작했다. ‘잠시 쉬어가도 돼’ 라고 말해주던 내 친구가, 가족들이 서서히 보이기 시작했다. 너무 고생했다며 숨이 벅차 좌절하던 나에게 손을 내밀었다. 토익점수 하나 만들겠다고 미뤄왔던 친구들과의 약속을 다시 잡았다. 오래전부터 나중에 해야지 미루던 아빠와 술을 마시겠다는 소원을 이뤘고, 가족들과 정말 오랜만에 다 같이 극장에 가서 영화를 봤다. 밥 먹는 시간도 아껴서 책을 보던 내가, 잠시 책을 덮어두고 내 소중한 사람들과 눈을 마주치며 함께 식사했다.

핸드폰마다 배터리 모양이 다르듯, 우리 는 모두 저마다의 다른 가치로 충전을 한다. 책을 읽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은 책을 읽으면서, 쇼핑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쇼핑을 하면서, 서로 충전하는 방식이 제각기 다르다. 나에겐 그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 보낸 모든 시간들이 충전이었다. 나만 충전한줄 알았는데, 우리 가족이 나에게 고맙다고 말해주었다. 매일 현실에 나가 돈벌기에 바빠 충전할 시간이 없다고 미뤄왔었는데, 나와 시간을 보내면서 충전되었다고 행복이 가득한 미소 짓는 예쁜 얼굴로 내게 말해주었다. 

서로가 달리는 길에 바빠 지쳐있었던 우리는, 서로에게 충전을 하고 충전이 되는 소중한 존재였다. 

다시 쓰러진 나를 일으켜 세우고, 달려보려고 한다. 나는 누군가에게 충전을 해 줄 수 있는 소중한 존재이기에. 그렇게 치열하게 삶을 살아가다가 지치고 힘이 들 때, 당신도 기억해 주었으면 한다. 당신은 누군가에게 ‘충전’이고, 누군가가 당신을 ‘충전’해 주기 위해 언제든 당신 곁에 머물고 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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