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 현 주 국어국문학과 3

우리는 몇 년 전부터 ‘자존감’이라는 말을 많이 쓰고 듣는다. 2016년 출판된 ‘자존감 수업’이라는 정신과 의사 윤홍균의 저서는 작년 말 80만부를 돌파했다. 2019년 5월 셋째 주 시/에세이 부문 베스트셀러(교보문고 기준)을 살펴보더라도 ‘곰돌이 푸, 행복한 일은 매일 있(곰돌이 푸 저, 알에이치 코리아)’, ‘나는 나로 살기로 했다(김수현 저, 마음의 숲)’, ‘타인의 시선을 의식해 힘든 나에게(글배우 저, 21세기 북스)’ 등 자존감과 관련된 책들이 상위 랭킹을 차지하고 있다. 그만큼 최근 대중들이 자존감에 대해 큰 관심을 갖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사전에서 자존감을 ‘자신에 대한 존엄성이 타인들의 외적인 인정이나 칭찬에 의한 것이 아니라 자신 내부의 성숙한 사고와 가치에 의해 얻어지는 개인의 의식’이라고 정의한다. 자존감의 핵심은 바로 존엄성을 ‘자기 내부에서 얻는다’는 것에 있다. 최근 몇 년간 사람들이 자존감에 관심을 갖게 된 데에는 미디어의 영향도 배제할 수 없겠지만, 이 화두가 지속하는 것은 자존감이라는 키워드가 대중들의 공감대를 불러일으켰기 때문이라고도 보인다.

‘자존감’이 화두가 된 현재의 사회현상은 긍정적으로 보인다. 자기 자신이 성숙하여 외적 인정이 없어도 건강한 마음가짐으로 살아갈 수 있는 독립체가 되는 것은 개인의 정신 건강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일이다. 또한 내가 나를 존중하지 못하면서, 타인을 진정으로 존중해주거나 타인으로부터 존중을 받기를 원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기도 하다. 따라서 자존감이 높은 대중들이 만들어가는 사회적 관계들은 그렇지 않은 관계보다 건강할 것이다.

하지만 이전까지는 크게 고민하지 않았던 자존감의 이슈화가 몇 년째 지속하는 것은, 우리 사회가 이전보다 각박해졌음을 방증하고 있다고 보인다. 온정 사회라고도 불리던 한국 사회가 개인주의화되면서 타인을 진심으로 인정해주고 인정받을 수 있는 유대감이 과거보다 결여된 것은 사실이다. 어쩌면 우리 사회의 구성원들은 이웃의 죽음조차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주변을 돌아볼 여유를 갖지 못하고, 타인에게 무관심해지고 있다. 개개인이 자신을 지키기 위한 방패로 ‘자존감’을 중시하고 있는데, 개인을 너무 지키려다 보니 개인에 대한 관심은 증대되지만, 나와 부대끼며 지내는 사람들에 대한 관심은 줄어들고 있는 것 같다. 인간은 혼자 살 수 없기에, 개인의 ‘자존감’에 대한 관심을 혼자서만 찾으려고 하기보다는 구성원들과 연대 속에서 찾는 것이 보다 더 건강한 방법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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