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신문은 글쓰기 모델로 적합… 생각과 표현, 토론 능력도 개발
공동체와 학생기자의 자발적인 노력과 규제 선행돼야

5월 18일 광주광역시 국립아시아문화전당에서 한국언론학회 창립 60주년 기념 학술대회가 열린 가운데 <한국과 일본의 대학신문을 돌아보고 내다본다>를 주제로 참가자들이 토론하고 있다.

한국언론학회(회장 이재진 한양대 교수)가 지난 5월 18일 광주광역시 국립아시아문화전당에서 창립 60주년 기념 학술대회를 개최했다. 이날 <한국과 일본의 대학신문을 돌아보고 내다본다>를 주제로 이진로 영산대 교수는 “대학과 미디어 환경의 변화에 따른 대학언론의 대응 방안”을, 가와사키 요시노리(동지사 대학) 교수는 “일본 대학신문의 역사와 현황”에 대한 발표가 있었다. 이 글은 필자가 토론자로 참여, 발표한 내용을 토대로 재구성했다. <편집자 주>

제주대신문이 창간 65주년을 맞았다. 시간이 흘러 인터넷과 SNS 등의 미디어 기술의 비약적인 발전과 환경 변화는 대학신문의 존폐를 위협하고 있다. 정보통신 기술의 발달은 저널리즘의 영역과 개념을 혁신적으로 바꿔 놓았다. 개인의 미디어 사용 능력과 표현 능력이 무한대로 확장되면서 신문으로 대표되는 매스미디어는 퇴물로 전락했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이 격년으로 실시하는 2017 언론수용자 의식조사에 따르면 20대에서는 모바일 인터넷 이용률이 99.2%로 가장 높았으며, 모바일 인터넷과 PC 인터넷 중 1개 이상 이용한 인터넷 이용률이 99.9%로 20대 대부분이 인터넷 미디어를 주로 이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에 종이신문 이용률은 불과 0.3%에 그쳤다.

마셜 맥루한이 말한 ‘미디어는 메시지다’는 관점에서 종이신문으로 발행되는 대학신문의 열독률이 현저히 떨어지는 것은 당연지사일 수 있다. 특히 취업난에 허덕이고 학점 관리와 알바, 스펙 쌓기에도 바쁜 학생들에게 더욱 그렇다. ‘읽히지 않는’ 대학신문은 앞으로 어떻게 대응해나가야 할까.

◇대학신문은 왜 필요한가?

대학신문은 대학 캠퍼스 내에서 관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각 분야에 대한 정보를 수집해 학생과 교수, 직원 더 나아가서는 학부모와 동문 등 학교와 관련 있는 지역사회를 수용자로 하여 언론 활동을 전개하는 미디어이다. 언론은 공익을 우선시하는 것이 기본이며, 알 권리를 충족시키는 동시에 새로운 정보를 제공해 삶의 질을 향상하는 역할과 책임을 지니고 있다. 그래서 항상 대학신문은 독자들을 우선시해야 한다.

대학신문의 본질은 대학 구성원들의 의사소통 현상이다. 따라서 대학신문은 대학의 존재라는 전제하에 존립이 가능하다. 그러므로 대학신문은 정보나 지식을 전달하는 수단 이상의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 대학신문의 사명은 여기에 대학문화의 선도와 학문의 성취를 위한 결합의 장(field)이다. 즉 아카데미즘(academism)과 저널리즘(journalism)의 합일성을 전제한다는 것이다. 대학의 학문적, 문화적 성과를 계승하는 중요한 매개체 역할을 하고 있으며 한편으로는 학내 문제를 이슈화해 심층 취재함으로써 대학 환경을 감시하는 언론의 고유한 기능을 수행하기도 한다.

대학신문은 대학 정보를 단순히 전달할 뿐만 아니라 환경을 감시하고 대학문화를 전승 발전시키며, 대학 내의 민주주의를 높이는 저널리즘 기능을 수행하는 데 더욱 매진해야 한다. 대학이란 특수한 영역을 떠나서는 논의될 수 없는 만큼 대학에서 일어나고 있는 다양한 사건들을 정확하고 공정하게 보도함으로써 대학 구성원들에게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는 기능을 다해야 한다. 또 대학신문이 기록하는 모든 사건과 내용이 바로 대학의 전통이며 문화가 되는 만큼 학생기자들의 취재와 기사작성, 편집과 배포 등에 모든 전력을 기울여야 한다.

◇대학신문의 개선 방안

대학 구성원인 교수의 우수한 연구 성과와 학생의 창의적 아이디어로 구성된 차별적인 정보 제공이라는 아카데미즘과 저널리즘의 원칙에 따라 학술 연구 성과와 사회적 및 대학 내외 이슈의 발굴과 공유, 여론 형성이 매우 중요하다는 인식을 확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학생기자의 취재, 편집 활동에 상당한 시간과 에너지가 소요된다. 대학신문의 위기 극복을 위해 학생기자는 학내 사안 중에서 중요한 내용을 선별하여 이슈화하는 ‘의제설정능력’을 비롯해 이슈를 분석, 연구해 독자에게 정보를 주고 해결방안으로 이끌도록 ‘가치 있는 읽을거리’를 제공하며, 토론 공간을 제공하기 위한 자구 노력을 전개해야 한다. 전문직 언론으로서 진출하는 시작 지점에서 많은 교육과 많은 훈련을 통해 양질의 언론인이 ‘만들어’진다는 점에서 대학신문에 대한 도움이 어느 때보다 더욱 필요한 시점이라고 할 수 있다. 즉 언론인이 되는 것을 함부로 생각하지 않고 더욱 고민하고 소명의식을 발휘할 수 있도록 차근차근 기자의 자질과 자격을 쌓아 나간다면 이것이 바로 대학신문이 존재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이유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최근 사회적으로 가짜 뉴스(fake news)의 유통으로 사회적 갈등과 혼란을 초래하는 등 폐해가 심각한 만큼 대학신문의 주요한 역할에 팩트 체크(fact check) 기능을 포함하여 가짜 뉴스 감소와 독자의 선별 능력을 배양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기능을 포함해 최근 유튜브 동영상 콘텐츠의 확산과 영향력 확대 추세에 대응해 대학신문에 콘텐츠 제작 교육 기능을 부여하는 방안이 요구된다. 현실적으로 대학신문의 학생기자도 교육을 통해 동영상 콘텐츠 제작 역량을 갖추기를 희망하므로 이러한 측면이 학생 기자의 확보에 인센티브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채널의 다양성도 요구된다. 대학신문의 채널을 다양화할 경우 독자의 접촉 비율이 높아진다. 종이 신문과 인터넷에 이어 라디오용 콘텐츠인 오디오 콘텐츠 서비스, 유튜브 등 OTT 채널을 위한 동영상 콘텐츠, 웹툰, 옥외 전광판, 실내 대형 TV 등도 수용자 확대에 이바지한다.

대학신문이 추구하는 아카데미즘과 저널리즘의 기능 수행이 정상화될 경우 전체 대학 차원에서 대학 공동체의 원만한 유지와 발전이 예상된다. 대학신문이 생산한 우수한 공익적 콘텐츠가 다양한 채널을 통해 광범위한 수용자에게 전달될 경우 평생 교육 시대에 요구되는 지식과 정보 확산에 이바지하고 교육 효과를 높이기 때문이다.

또한, 대학신문 콘텐츠 생산을 담당하는 학생기자의 선발과 교육, 활동 과정에서 적정 수준의 장학금, 활동 수당 지급, 동영상 콘텐츠 제작 교육과 관련한 제작 시설 활용 기회 제공, 가짜 뉴스 선별 등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 프로그램 시행을 통해 콘텐츠의 질적 우수성 확보가 기대된다.

◇학내 비판ㆍ여론 형성ㆍ대학 기록 3대 기능

대학이 수행하는 세 가지 중요한 기능은 학문을 전수하고 배우는 교육 기능, 학문의 자유에 요구되는 덕목들을 준수하면서 진리를 탐구하는 연구 기능, 교육과 연구에 의한 결과를 사회에 환원하는 사회봉사 기능이라 할 수 있다. 이 세 가지 기능을 더욱 강화 확대하기 위한 대학 구성원들 간의 소통이라는 전제 조건 속에서 대학신문이 존립한다.

진정 대학신문의 발전과 변화를 위해선 학생기자들의 생활과 마음가짐이 변해야 한다. 바로 이러한 독자들의 물음에 대해 답을 내놓아야 할 주체는 오로지 학생기자 뿐이기 때문이다. 원고 마감시간을 지키는 것, 편집 시간 데드라인 설정, 수업과 취재의 문제 등을 해결할 방안은 개인의 성실성 하나만으로는 부족하다. 공동체의 노력과 학생기자들끼리의 적절하고도 자발적인 규제들이 선행돼야 한다. 즉 조직시스템의 유지와 강건함이 중요하다. 당연한 건데, 기자회의 및 편집회의, 원고 마감과 지면 편집 완료, 배포 등이 원활히 이뤄질 때 의사소통의 합리성과 조직의 강화도 이뤄질 수 있다.

◇대학신문을 읽으면 좋은 점

대학신문은 대학 교육 ‘현장’과 대학생의 ‘현실’을 이어준다. 대학신문에는 다양한 글의 장르, 폭넓은 용어와 어휘 사용, 주제에 대한 명확성, 간결한 문장 등 모범적인 표현이 많아 글쓰기 모델로 적합하다. 대학신문의 칼럼과 사설을 통해 자기 생각이나 주장을 말하고 토론하는 능력 계발을 돕는다. 이를 통해 대학 사회의 다양한 생각, 주장, 의견, 사상을 비롯해 여론이나 동향을 알 수 있다. 강의에 적용하려는 최근의 소재들을 다양하게 담고 있어 생동감과 흥미를 높일 수 있다.

또한, 대학 생활에 필요한 내용을 얻거나 이해함으로써 건전한 민주시민으로서의 자질 함양을 돕는다. 또한 사회에 대한 안목과 비평능력이 자연스럽게 생겨나 사회문제나 자치활동에 자발적 참여의식을 갖게 한다. 신문은 세상을 사는 지혜가 담긴 ‘정보백과사전’이다. 긍정적 가치관을 형성하여 건전한 인간성 함양을 돕는다. 이를 통해 언론의 자유와 책임을 이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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