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해 건   편집국장

얼마 전 서울상암월드컵경기장에서 이탈리아 축구클럽 유벤투스와 한국의 K리그 올스타가 경기를 펼쳤다.

6만5천명의 관객들은 세계적인 스타 호날두를 보기 위해 경기장을 방문했다. 최대 40만원에 달하는 비싼 가격임에도 불구하고 호날두를 볼 수 있다는 사실(주최 측에서 사전공지)에 티켓은 2시간 여 만에 동이났다. 하지만 호날두는 경기장을 찾은 팬들에게 노쇼(No-Show, 예약을 했지만 취소 연락 없이 예약 장소에 나타나지 않는 손님을 일컫는 말)로 응답했다. 그의 태도는 많은 한국팬들에게 실망을 안겼고 몇몇 사람들은 그를 ‘날강두’라고 부르며 조롱했다.

‘노쇼’가 유명인에게서만 발생하는 사건은 아니다. 얼마 전 모 대학의 관계자는 국토대장정중 제주의 한 카페 측에 “학생들이 카페에 방문하고 싶으니 한라봉차 60개를 테이크 아웃 잔에 준비해달라”며 구체적 요구를 했다.  하지만 관계자는 예약한 시간을 몇 분 남기지 않고 갑작스럽게 예약을 취소하는 등 ‘노쇼’를 펼쳤다. 관련 내용은 온라인 커뮤니티, SNS 등을 통해 확산됐고 결국 대학은 사과문을 게재했다. 우리대학에서도 ‘노쇼’는 심심치 않게 일어난다.

하기방학을 맞아 교육혁신본부는 학생들의 역량 강화를 위해 ‘토킹프라이데이’를 진행했다. 수업은 선착순 20명의 학생들에게 ‘잘 읽기, 잘 쓰기, 잘 말하기’를 주제로 외부강사를 초청해 4일간 이뤄졌다. 하지만 각각의 프로그램에 참여한 학생의 수는 13, 7, 8, 11명. 그들은 ‘노쇼’를 선보였다. 자신의 의지로 프로그램을 신청했지만 참석 하지 않았다. 개인 사정이 있다고 믿기에는 불참자가 너무 많았다. 심지어 몇몇 학생들은 단 하루도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문제는 학생들의 ‘노쇼’로 인해 누군가가 피해를 봤다는 사실이다. 첫째는 또 다른 학생이다. 선착순으로 수강생을 모집한다는 프로그램의 특성상 수업에 참여하고 싶었던 누군가는 신청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높다. 처음부터 참가하지 않을 계획이었다면 특강을 희망하는 학생들의 앞길을 막아서는 안됐다.

두 번째는 학교의 대외적인 이미지다. 이번 특강은 서울에서 외부강사를 초청해 운영됐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강사들에게 제주대학교의 좋은 이미지를 주지 못한 것 같다. 지각을 하거나 결석을 하는 등 약속을 이행하지 못하는 학생들의 모습을 보면서 그들이 우리를 어떻게 생각할지 충분한 상상이 된다. 애써 괜찮은 듯 웃음을 지어 보였지만, 당황스러운 표정을 감출 수 없었던 강사들의 모습도 잊을 수 없다. 멀게는 호날두의 사태부터 작게는 학교 프로그램에 이르기까지 ‘노쇼’의 당사자들은 조금 더 생각할 필요가 있다. 그들은 참가하지 않으면 그만이지만 행사를 준비하고 기다린사람들에게는 아픈 상처가 될 수 있다. 예절을 위한 책임감 있는 자세가 필요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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