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상은 복잡하게 연결된 하나의 네트워크다. 전혀 관계없어 보이는 서울의 한 시민과 지구 반대편에 있는 미국의 한 시민이 서로 연결돼 있다. 우리는 얼마나 네트워크화된 세상에 살고 있는지를 일상에서 경험한다. 이는 노스이스턴대학 앨버트 바라바시 교수의 복잡계 네트워크 이론의 내용이다. 복잡계 네트워크 이론은 ‘얽히고설킨’ 다양한 단면을 단순하게 풀어주는 역할을 해냈다. 흔히 초(超)연결 사회의 주인공은 웹으로 연결된 미디어의 발달 때문이다. 지구촌 구석에서 벌어진 사건 하나가 즉각 세계 곳곳에 영향을 준다. 인터넷으로 대표되는 정보기술의 발달로 그 연결은 더욱 견고해진다. 오랫동안 과학자들은 부분을 알면 전체를 이해할 수 있다는 전제하에 세계를 해체하고 분석하는 작업을 해왔다. 지금은 복잡계 네트워크 이론이 등장하면서 미시세계부터 거시세계까지 아우르는 네트워크 개념으로 세계를 재구성할 수 있다고 본다. 이른바 네트워크는 노드(node), 링크(link)와 선으로 이뤄져 있다. 노드와 링크의 무한한 조합이 힘을 만든다. 모든 것은 연결돼 있고, 모든 것은 서로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지구상의 모든 사람은 단지 6단계만 거치면 서로 통한다는 밀그램 교수의 연구결과인 ‘6단계의 분리’ 등은 세상이 얼마나 서로 가까이 연결됐음을 보여준다. 좁고 촘촘한 제주 사회에서는 한두 사람만 거치면 서로 연결된다고 한다. 물론 제주가 워낙 좁은 지역사회이지만, 한낱 우스갯소리가 아닌 것만은 확실하다.

복잡계 네트워크의 주요개념 중 하나는 ‘척도 없는 네트워크’와 ‘허브’ 개념이다. 우선 척도 없는 네트워크(scale-free network)는 네트워크에서 각 노드의 연결 수준은 정규분포처럼 중간 집단이 가장 많고 양 옆부분이 적은 게 아니라, 극소수에 연결이 집중되고 대다수는 연결 수준이 낮다는 이론이다. 예컨대, 고속도로망은 ‘무작위 네트워크’의 형태를 띠지만 항공노선은 소수의 허브공항을 기점으로 다수의 공항이 연결된 ‘척도 없는 네트워크’의 형태를 띠고 있다. 

인터넷과 월드와이드웹, 세포와 사회 등 대부분의 사회적 네트워크는 허브에 속한다. 새 노드와의 연결을 위해 ‘6단계’가 필요하다지만 허브를 이용하면 1∼2단계 만에 연결된다. 따라서 네트워크와 허브 개념을 파악한다면 지금의 네트워크 사회를 잘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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