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 준비에 바쁘고 정신 없어… 졸업식 참여 학생 줄어들어
졸업 앨범은 필요 없고 신청 비용도 부담돼
졸업 후 취업 공백 걱정으로 휴학, 졸업 유예생 점차 증가

졸업생들이 학사모를 휘날리고 있다.<출처 연합뉴스>

8월 말에 접어들면서 대학가는 졸업 시즌을 맞았다. 제주대학교는 8월 20일 2018년도 후기 학위수여식을 개최한다. 제63회를 맞은 학위수여식은 아라뮤즈홀에서 오전 11시에 진행된다. 캠퍼스 내에는 졸업을 축하하는 다양한 현수막들이 설치돼 눈길을 끈다. 현수막에는 ‘야, 너두 졸업 할 수 있어’와 ’학생일 때가 좋았지? 졸업 축하해’ 등 재치 있는 문구가 걸려 눈길을 끈다.

졸업을 앞둔 졸업 예비생들은 걱정이 많다. 졸업해도 마땅히 갈 곳이 없기 때문이다. 변해가는 시대만큼 졸업을 준비하는 학생들의 반응도 예전과 다르다. 취업의 벽에 가로막힌 청춘들은 졸업식, 졸업앨범 등 대학 생활의 추억보다 취업준비생이라는 새로운 타이틀에 제 살길 찾기 바쁘다. 취업에 성공하지 못한 많은 20대에게 더 이상 졸업은 반가운 일이 아니다.

◇졸업식에 참여하지 않는 학생들

 “너 졸업식 갈 거야?”

졸업식을 갈지말지를 고민하는 대학생들이 많다. 이제 졸업식은 꼭 참석해야 하는 행사가 아니다. 취업에 대한 부담감과 형식적이고 지루한 학내행사는 졸업식의 의미를 퇴색하게 만든다. 게다가 요즘에는 대부분의 학생이 대학에 가기 때문에 졸업이 큰 의미가 없다는 입장이다. 졸업식에 참여하지 않는 학생들이 늘면서 학과사무실에는 졸업생의 졸업장이 쌓여 있다. 졸업식이 끝나면 졸업장을 택배나 등기로 보내 달라는 졸업생들의 요구가 빗발친다. 아예 졸업장을 받아 가지 않는 졸업생도 있다.  

졸업식을 꺼리는 이유 중 하나는 취업이다. 취업을 하지 못한 상태에서 선후배나 동기를 만나고 싶지 않은 것이다. 이런 이유로 졸업식 날 학교에 가더라도 졸업식에는 참여하지 않고 졸업장만 받거나 우편으로 수령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번에 졸업하는 사회학과 A씨는 졸업식에 참여하지 않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A씨는 막 학기를 마치고 종강과 동시에 육지에 올라왔다. 굳이 졸업식에 참여하기 위해 시간과 돈을 투자해 내려가고 싶지 않다. 졸업식에 참여할 이유가 없을 뿐만 아니라 마음의 여유도 없기 때문이다. 

A씨는 “취업 준비와 알바를 병행하는 것만으로도 바쁘고 정신없어서 졸업식에 참여할 여유가 없어요”라며 “부모님께서 졸업식은 가야 하지 않겠냐고 하셨지만 취업 준비가 더 중요한 것 같다고 말하니 이해해 주셨어요”라고 말했다. 이어 “졸업식에 참여하더라도 박사학위 취득생이나 단과대학 전체수석 등 주요 수상자를 제외하고는 앉아있는 게 다예요”라며 형식화돼 가는 졸업식을 비판했다.

제주대 졸업생들의 졸업앨범

◇추억을 담는 졸업앨범 구매 부수 점차 줄어

 “함께 같은 학교에 입학한 동기들과 함께 찍는 졸업사진이라면 의미가 있겠죠. 하지만 요즘은 아무리 같은 학번이라도 같이 졸업하는 동기를 찾기가 힘들어요. 다들 인턴, 토익, 자격증 등 취업 스펙을 높이기 위한 휴학으로 졸업시기가 다르기 때문이죠.”
 “졸업의 의미가 퇴색돼가는 상황에서 굳이 졸업앨범을 구매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해요. 졸업앨범을 찍는 날에도 메이크업에 스타일링, 옷까지 구매하면 돈도 많이 들죠. 남들도 다 그렇게 하는데 또 나만 안 할 수도 없고요.”

졸업을 기념하며 선·후배, 동기들과 함께 찍었던 졸업앨범은 필수가 아닌 선택이 된 지 오래다. 알바천국은 졸업을 앞둔 대학생 327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졸업앨범 사진 촬영을 한 예비 졸업생은 40%에 불과했다. 졸업앨범 사진 촬영을 하지 않은 이유 중 ‘졸업앨범이 필요 없어서(66.7%)’라는 답변이 가장 많았으며, 졸업앨범 신청 비용이 부담돼서(18.4%), 의상ㆍ메이크업 등 준비 비용이 부담돼서(9.2%), 같이 졸업하는 동기가 없어서(5.7%) 순으로 답했다. 

수년 전부터 졸업앨범의 구매율이 줄어들고 있다. 대략 5만원에서 많게는 10만원정도 하는 졸업앨범이 아깝다는 이유다. 실제로 제주대학교는 2014년 300부, 2015년 150부, 2016년 120부의 졸업앨범을 제작했다. 2017년부터 현재까지는 수요가 부족해 졸업앨범 제작을 하지 않는 상태다. 타 대학도 마찬가지로 졸업앨범 신청부수가 해마다 줄어들고있거나 졸업앨범 제작을 하지 않는 추세다. 

B씨는 “제가 졸업하는 모교인 만큼 졸업앨범을 구매하고 싶었어요. 그런데 이번에는 졸업앨범을 제작하지 않는다고 해서 아쉬웠죠. 졸업에 대한 감정이 예전 같지 않으면서 졸업앨범을 구매하지 않는 학생이 줄어드는 건 어쩔 수 없는 현실인 것 같아요”라며 “졸업앨범을 구매하지 못하는 대신 동기들끼리 추억 사진을 남기기로 했어요”라고 말했다. 

◇잦은 휴학, 졸업 유예로 길어지는 대학 생활

잡코리아와 알바몬이 대학을 졸업한 20대 취업준비생과 직장인 640명을 대상으로 ‘대학 재학 기간’에 대해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4년제 대학 졸업자들의 평균 재학 기간은 5년, 전문대 졸업자들의 평균 재학 기간은 2년 10개월로 집계됐다. 성별에 따라 4년 대졸 남성의 재학 기간은 평균 5년 10개월, 여성은 평균 4년 7개월로 집계됐고, 전문대졸은 남성이 평균 3년 7개월, 여성은 평균 2년 6개월 재학한 것으로 집계됐다. 

학생들의 재학 기간이 길어진 이유는 취업 준비나, 진로 고민, 등록금 마련 등으로 ‘휴학’이나 ‘졸업 유예’를 하는 학생들이 많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요즘 대학가에서는 졸업요건을 충족했지만 졸업하지 않고 일정 기간 졸업을 미루는 졸업 유예제도가 인기다. 대학생들이 졸업 유예를 하는 이유는 대학교 졸업부터 취업까지의 공백기를 줄이고 취업에 유리한 스펙을 만들거나 자격증을 따기 위해서다. 기업 인사담당자들이 졸업 후 취업하기까지의 공백 기간이 있는 졸업자보다는 졸업 예정자를 선호한다는 이야기도 있다. 

하지만 최근 잡코리아가 인사담당자 679명을 대상으로 한 ‘졸업 유예 평가여부’에서는 상반된 결과가 나타났다. 60.2%의 인사담당자는 졸업 유예가 취업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의미 없다’라고 답했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취업 공백이 그다지 중요한 평가사안이 아니라서 무의미하다’라는 응답이 47.1%로 절반에 가까웠다. 즉 인사담당자 5명 중 3명은 취업공백이 생기는 것을 피하기 위해 졸업 유예를 선택하는 것이 무의미하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졸업 유예를 신청한 C씨는 “졸업 조건을 모두 충족했지만 코스모스 졸업을 해야 할지 졸업 유예 제도를 통해 졸업을 미룰지 고민됐다. 바로 졸업을 하자니, 지금까지 갖고 있던 학생 신분이 사라질까 두렵고 졸업을 하지 않자니 무슨 의미가 있나 싶기도 했다”라며 “일단 졸업 유예를 신청했다. 2월 졸업까지 열심히 취업 준비를 해 꼭 취업에 성공하고 싶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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