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동식물들이 공존하는 오름
국제적으로, 미디어에게도 사랑받는 오름
다양한 종류의 CF촬영지로도 사랑받는 오름.

≫오름의 왕국 - <2> 물영아리 오름

 

 

물영아리오름 입구(위), 물영아리오름의 모습(아래).

백두산 정상 위에는 천지가 존재하고 한라산 위에는 백록담이 있다. 한반도를 대표하는 두 산의 정상 분화구에는 물이 고여 있다. 제주에서 한라산을 제외하고 분화구에 물이 고여있는 대표적인 오름은 물영아리오름, 사라오름, 물장오리등을 꼽을 수 있다. 그 중 자연생태계의 보고이자 람사르습지로 널리 알려진 물영아리오름을 다녀왔다. <편집자주>
 

◇수려한 형태와 다양한 동식물들의 거처

기자가 본 물영아리오름의 첫 모습은 드넓은 목장이 펼쳐진 뒷 배경에 우뚝 솟아있는 짙은 녹색의 웅장한 오름이었다. 이 오름은 ‘수영악’ 또는 ‘수령악’이라고 부르며, 오름 정상에 분화구가 있어 늘 물이 잔잔하게 고여 있다는데서 연유한 이름이다. 오름의 초입 부분에는 오름 관리소로 보이는 통나무 건물이 있다. 관리소가 있는 오름은 흔치 않아 조금 놀랐다.

오름의 형태는 해발 508m, 높이 128m로 통나무의 속을 파서 큰 바가지같이 만든 함지박 형태의 산정화구호가 있다. 넓은 초원으로 보이지만 다양한 습지 동식물이 서식하고 있는 습지라 2007년 람사르 습지로 지정돼 보호되고 있다. 이는 생태의 우수성을 구제적으로 인정을 받은 결과이며 우리나라에서는 다섯 번째이다. 오름의 생태계를 살펴보면 전체가 상록낙엽수로 울창한 숲을 이루고 있고, 숲그늘 밑에는 큰천남성, 섬새우란, 금새우란, 사철란 등이 자생하고 있으며, 야생동물인 노루, 오소리와 독사, 꽃뱀도 서식하고 있다. 화구호 주변에는 곰취소군락, 둘레에는 찔레나무가 울타리를 이루며, 그 안에는 다양한 습지식물이 분포돼 있어 자연생태계 보전상 매우 중요한 곳이다.

오름을 오르는 진입로 주변에는 물영아리와 관련한 여러 내용들이 적혀져 있다. 정상부 까지 올라가는 길은 목재 계단으로 설치돼 있으며 직선형으로 경사가 심한 편이다. 올라가기 조금 벅차긴 하지만 중간 중간 앉아서 쉴 수 있는 의자가 있어 느린 걸음으로 천천히 올라가면 큰 무리가 없다. 

오름 정상부에 늘 물이 고여 있지만 여름 장마철에 많은 비가 내리면 평소에 볼 수 없는 장관이 연출되기도 한다. 화구호의 물이 가득해 만수를 이루며 많은 관광객들의 발걸음을 끌어 들인다. 

또한 오름을 중심으로 약 4.8km의 둘레길이 있으며, 물보라길, 자연하철길, 목장길, 삼나무숲길 등 다양한 테마길들을 이어놓아 아름다운 풍경을 보며 걷기 좋은 곳이다.  

 

◇전해 내려오는 설화와 4ㆍ3 피난처

오름 초입 부분에 있는 나무 현판에는 물영아리 오름과 관련된 이야기가 적혀있다. 옛날 수망리에 사람이 살기 시작한 때, 소를 기르던 한 젊은이가 소를 잃고 해매다 오름 정상까지 올랐다. 산정상에서 배고픔과 목마름에 정신을 잃은 젊은이는 꿈에서 백발노인을 만났다. 노인은 젊은이에게 잃어버린 것에 상심하지 말고 소 값 대신 오름 정상에 큰 연못을 만들어 놓을테니 물이 필요하면 언제든 찾아와 쓰라는 말을 남기고 사라졌다. 꿈에서 깨보니 흙투성이었던 오름 정상은 물이 가득 차 출렁거리고 있었다고 한다. 그때부터 오름 정상은 아무리 가물어도 물이 마르지 않아 목장에 물이 없으면 정상에 올라 물을 마셨다고 한다.

물영아리 오름과 바로 앞에 있는 마흐니 숲길은 일제강점기 및 제주 4ㆍ3이전까지 수망리 주민들이 생활공간으로 사용했던 곳이다. 제주 근현대사의 최대 비극인 4?3사건 당시 피난처로 사용했던 궤를 볼 수 있으며  사건 이전까지 이 지역을 중심으로 화전을 이루고 살았다고 한다. 


◇다수의 영화와 CF촬영지로 각광받는 오름

기자가 물영아리오름에 도착했을 때에는 오름을 오르기에 조금 늦은 시간이라 오름을 찾는 사람들은 많지 않았다. 사람들로 북적이지 않은 조용한 오름을 천천히 오르며 예전 영화관에서, TV에서 봤던 물영아리의 이미지를 추억했다.

2012년 700만 관객을 동원한 <늑대소년>의 촬영지이기도 한 물영아리 오름은 제작진의 의도대로 전국을 뒤져 동화에나 나올 법한 순박한 시골 마을을 영화 속에 절묘하게 빚어냈다. 스크린에 처음 탁 트인 물영아리 벌판이 나왔을 때 관객들의 눈을 사로잡기 충분했다.

철수와 순이가 들판 가로지르며 뛰어놀던 곳이자 늑대 소년이 동네 코흘리개들과 야구를 하던 장소다. 늑대 소년이 힘껏 던진 야구공은 넓은 풀밭 위를 한참 동안 날아 빽빽한 삼나무 숲으로 사라져갔다. 숲 뒤로 봉긋한 오름이 어우러져 아련하고도 원시적인 풍광을 자아냈다. 영화가 흥행에 성공한 후 관객들의 입소문이나 물영아리 오름을 찾는 사람들이 늘었다.

또한 휴대폰과 화장품 등 다양한 종류의 CF촬영지로도 사랑을 받는다.

멀리 TV에서 찾을 것 없이 물영아리 오름을 찾는 관광객들의 휴대폰에 담긴 물영아리오름의 동영상은 그 자체로도 CF 부러울 것 없어 보인다.


◇람사르습지 도시를 향해

2019년 6월 물영아리 오름 습지가 있는 서귀포시 남원읍이 람사르 습지도시 최종 후보지로 선정됐다.

람사르 습지도시란 람사르 습지 인근에 있는 마을로, 습지를 보전하고 이를 현명하게 이용하는데 지역사회가 참여, 활동하는 곳으로서 람사르협약 당사국총회에서 인증을 받은 도시를 말한다. 앞서 말했듯이 물영아리 오름 습지는 우리나라에서는 처음으로 습지 보호지역으로 지정된 곳으로 국내 5번째로 람사르 습지로 등록된 곳이다.

2018년 처음 람사르 습지도시 선정이 이뤄졌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제주시 조천읍과 천시, 창녕군, 인제군 등 4곳이 선정됐다.
람사르 습지도시로 인증되면 지역에서 생산되는 상품과 친환경 농산물 등에 국제사회가 인증하는 로고를 6년간 사용할 수 있으며 지역 브랜드 가치를 높여 주민 소득 창출에도 도움이 되는 것은 물론 생태 체험 기반시설 확충을 위한 국비 지원도 이뤄지게 된다.

이처럼 물영아리 오름은 다양한 동식물들이 공존하는 자연생태계의 보고, 단순 관광, 트래킹의 가치를 넘어서 국제적으로 인정받고 지역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치는 관광지로 거듭났다. 이러한 관심이 일시적 바람이 아닌 지속적인 관광체가 될 수 있도록 제주도민 그리고 제주를 찾는 관광객의 꾸준한 노력이 절실하다. 때 아닌 가을장마가 기승인 요즘 비가 그친 뒤 많은 물이 고여있는 모습을 보러 물영아리오름을 올라보는게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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