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상황이 안팎으로 혼란스럽다. 일본과의 갈등, 경제 침체, 세계 최저가 된 출산율, 지도층 자녀의 특혜 시비 등 다양한 문제가 논란이 되고 있다. 이러한 표출된 혼란 깊숙이에는 우리 사회의 가치관과 방향성 부재가 자리잡고 있어 더욱 걱정스럽다. 법의 잣대로 보면 증거로 드러낼 수 있는 문제가 없다고 주장하지만 이는 법이라는 최저 기준에 의존하는 막장 사회 특징으로 도덕적 기준을 따르던 사회, 전통적으로 유지되던 사회질서의 붕괴를 예고하는 모습이다. 법의 최저 기준을 넘어서는 도덕적 가치, 규범은 이제 사라진 것으로 보인다. 일부 남아 있는 앞선 세대의 유교적 규범과 일부의 기독교적 규범, 청년 세대의 생존 전략들이 사회적 혼란과 곁들여져 더욱 혼란스런 사회상을 만들고 있다.

성공만을 목표로 하는 한국 사회의 목표 또한 놀라운 정도로 경직하다. 성장과 안정만을 기대하는 사고는 글로벌로 확대된 경제와 사회, 정치 상황은 급격히 변화하며 삶의 일부가 되어 감에도 우리는 이를 스트레스로 받아들여 점차 사회와 거리를 두며 고립을 선택하는 추적자의 입장을 취하는 안타까운 모습이다. 좋은 일 궂은일은 모두 나타날 수 것이기에 궂은일을 나쁘게만이 아니라 미래를 위해 준비하고 배우는 기회로 받아들이는 생각도 필요하다.

이러한 한국의 사회상은 제주대에서도 그대로 투영되어 있다. 법으로만 다스려 지는 상황은 법만 피하면 문제가 되지 않아 일상에서 불법 소프트웨어, 불법 복제, 시험 부정행위 등은 아무런 죄책감 없이 일상화 되어 있다. 기초 산업 육성을 천명했지만 그 기초의 뿌리는 학교 교육이 시작일 터인데  교육에서 외형적 시설 투자는 이뤄졌지만 그 안에서 구동되는 소프트웨어는 드러나지 않아서인지 불법 소프트웨어가 수업에서 사용되어야 하고, 학생들은 교재 구입을 꺼리는 모습이 너무 당연시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잘못을 탓하는 지적은 상황적 변명으로 대응한다. 법으로 모든 경우를 규정할 수 없음에도 법에 저촉되지 않으면 괜찮다는 분위기에서 도덕적 잣대는 찾기 어렵다. 대학 생활을 왜 하는지의 목적이 수단으로 전락하고 가르침도 이에 부응해 활력을 잃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제주대는 이러한 상황을 인지하고 고민해야 한다.  대학은 저출산으로부터 시작된 학령인구의 감소에 대비해 신입생 유치에 대처해야 하지만 이와 더불어 교육의 목표를 기술, 지식 습득에서 점차 다문화화 되어가는 사회에서 요구되는 화합과 협력의 리더십 교육을 강조하는 미래적 교육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나의 생존과 취업을 위한 교육을 넘어 내가 소속된 조직을 화합시키고 이끌어 가는 주인의식을 갖추는 교육을 대학 교육과정에 그리고 모든 교과목에 조금씩 베어 들도록 노력을 기울여야 할 시점에 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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