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은 정보나 지식 전달 수단 아닌 민주 사회의 토대
디지털 시대 20대 미디어 이용 양식 변화가 위기 불러
‘저널리즘 강화’와 ‘학생기자 조직 활성화’ 필요

대학 언론은 대학집단의 기억을 사회적으로 구성하는 역할과 기능을 한다. 대학 언론의 과거에 대한 현재적 이해(언론의 기록은 동시간대의 사건ㆍ사고를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이미 지나간 과거의 현재적 평가와 판단으로 이해해야 한다)는 대학 구성원 개인이 아니라 대학문화와 대학 사회 수준에서 기억된다. 그런 점에서 대학 언론 그 자체가 사회적 기억 공동체로 볼 수 있으며,  적어도 그 대학에 관한 사람들의 사회적 기억을 형성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대학 언론의 본질과 변화상

우선, 대학 언론의 본질은 저널리즘이다. 즉, 대학 뉴스와 정보의 생산과 유통, 소비에 아우르는 전체적인 과정 자체가 대학 언론의 본질이라고 할 수 있다. 대학 언론은 대학 캠퍼스 내에서 관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각 분야에 대한 정보를 수집해 학생과 교수, 직원 더 나아가서는 학부모와 동문 등 학교와 관련 있는 지역사회를 수용자로 하여 언론 활동을 전개한다. 

또한, 대학 언론은 대학 구성원들의 커뮤니케이션 현상을 촉진한다. 따라서 대학 언론은 대학의 존재라는 전제하에 존립이 가능하다. 그러므로 대학 언론은 정보나 지식을 전달하는 수단 이상의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 

대학 언론의 사명은 여기에 대학문화의 선도와 학문의 성취를 위한 결합의 장(field)이다. 즉 아카데미즘(academism)과 저널리즘(journalism)의 합일성을 전제한다는 것이다. 아카데미즘은 학술 연구의 성과인 논문의 이론적 분석 내용이 담은 진리의 발견과 실천을 통해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다. 저널리즘은 대학 언론이 대학 내외의 현안에 대한 보도와 평론을 통해 시대의 활동을 기록하고, 평가하고, 방향을 제시하는 것으로 언론 본연의 정보 제공과 여론 형성 기능에 해당한다. 

대학의 학문적, 문화적 성과를 계승하는 중요한 매개체 역할을 하고 있으며 한편으로는 학내 문제를 이슈화해 심층 취재함으로써 대학 환경을 감시하는 언론의 고유한 기능을 수행하기도 한다.

대학 언론은 대학이란 특수한 영역을 떠나서는 논의될 수 없는 만큼 대학에서 일어나고 있는 다양한 사건들을 정확하고 공정하게 보도함으로써 대학 구성원들에게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는 기능을 다 해야 한다. 또 대학 언론이 기록하는 모든 사건과 내용이 바로 대학의 전통이며 문화가 되는 만큼 학생기자들의 취재와 기사 작성, 편집과 배포 등에 전력을 다하라는 주문이기도 하다. 

◇대학 언론의 위기 

대학 언론의 위기 이전에 한국 사회 언론 자체의 위기라고 말할 수 있다. <2018 방송ㆍ통신광고비 조사 보고서>는 전통 미디어인 지상파TV, 신문, 라디오, 잡지의 광고 시장은 점차 위축되고, 인터넷, 모바일, 디지털 사이니지 등의 광고 시장이 해마다 성장하고 있다고 보고한다. 이러한 현상의 기저에는 디지털 기술의 발전이 있다. 이러한 기술발전은 대학문화를 변화시킨다. 스마트폰은 대학생의 일상생활에서 친구와의 소통은 물론 다양한 학습 자료의 검색에 활용된다. 또한 교수와 학생의 소통에서 카카오톡이나 네이버 밴드, 텔레그램 등과 같은 스마트폰의 소셜미디어 기능이 사용되는 것은 이제는 낯설지 않다. 대학생의 놀이 문화에서도 컴퓨터와 스마트폰을 통한 온라인 게임으로 옮겨갔다. 이러한 디지털 문화에 익숙한 20대에게 종이신문을 읽고, 방송을 듣고 있는 확률이 어떨지는 뻔하다고 볼 수 있다. 미디어 환경의 변화는 대학 언론에도 영향을 준다. 전통적 미디어로서 자리를 잡았던 신문과 방송의 위상은 약화된 것이다. 

좀 더 근본적 원인을 파헤치면 미디어 이전의 콘텐츠에 있다. 대학 언론이 시대적 변화에 따라 차별적 미디어를 제공하지 못하기에 외면당하고, 그 대신 개인용 컴퓨터와 스마트폰을 통해 방대한 온라인의 세계에서 자신이 원하는 콘텐츠를 검색하고, 소비하기 때문이다. 결국 대학 언론의 콘텐츠 생산은 철저하게 대학생의 관심을 반영해야 한다는 뜻이다. 최고의 저널리즘 제품을 만들어야만 독자나 시청자층을 확보할 수 있다. 양질의 콘텐츠를 생산할 때 독자나 시청자의 관심도가 높아질 것이다.

◇그래도 존재해야 한다

한국 사회의 발전을 위해서는 한국언론이 있어야 하고, 지역사회의 발전을 위해서는 지역 언론이 있어야 한다. 이와 마찬가지로 대학 사회의 발전을 위해서는 대학 언론은 반드시 존재해야 한다. 아무리 대학 언론의 존재적 가치가 상실되고, 비효율적 대학기관으로 치부된다고 해도 그것을 없앤다면 민주 사회의 토대를 송두리째 뺏는 것과 다름없다. 

대학 언론은 대학 사회를 비추는 거울이다. 대학 구성원의 생활 속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현상에 대한 문제의식과 고민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격변하는 시대 변화 속에서 대학 언론은 본연의 정체성을 드러내지 못함으로써 능동적으로 대처해 나가지도, 미래에 대한 대안을 세우지도 못하고 있다. 

과거에는 이념성에 치우친 나머지 대학 문제에 소홀했고, 최근에는 대학생들의 관심 영역에서 벗어나고 있다. 또한 대학 언론의 주체라 할 수 있는 학생기자는 학생과 기자의 역할을 동시에 수행해야 하는 이중성을 지니고 있다. 그러다 보니 기자로서 전문성을 지속하기 위한 자기 계발 노력을 기울이기가 어렵다. 그 결과 다양한 기사나 콘텐츠의 질적 확보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그 결과 대학 언론에 대한 대학 구성원의 무관심과 외면은 점점 커지고 있다.
이것이 바로 대학 언론이 맞닥뜨린 근본적인 문제다.

◇코로나19와 대학 언론

유례없는 코로나19 팬데믹이 전 지구에 걸쳐 확산하면서 사회경제적 위축과 뉴노멀로 대표되는 사회 접변의 변화가 발생하고 있다. 대학 역시 마찬가지로 일상적 거리두기 등으로 비대면 수업이 이뤄지고, 대학문화의 기본적 행위인 만남과 연결 자체가 이뤄지지 않아 대학 언론에도 취재 자체가 어려운 여건이 되고 있다. 

시간이 흘러 인터넷과 SNS 등의 미디어 기술의 비약적인 발전과 환경 변화는 대학 언론의 존폐를 위협하고 있다. 정보통신 기술의 발달은 저널리즘의 영역과 개념을 혁신적으로 바꿔 놓았다. 마셜 매클루언이 말한 ‘미디어는 메시지다’라는 관점에서 종이신문과 오디오 방송으로 전파되는 대학 언론의 인기가 현저히 떨어지는 것은 당연지사일 수 있다. 특히 취업난에 허덕이고 학점 관리와 아르바이트, 스펙 쌓기에도 바쁜 학생들에게 더욱 그렇다. 

대학 언론에 대한 기대와 관심이 높은 시기는 바로 기획 기사와 논평의 수준이 높고, 참신한 시각을 담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늘날은 수많은 유형의 미디어가 다양한 콘텐츠를 생산하는 시대다. 대학 언론의 콘텐츠가 전문 미디어보다 높은 수준의 참신한 내용을 담기 어려워졌지만, 그래도 대학생 다운 참신함과 기발함을 앞세워 킬러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결국 대학 언론의 위기 극복 방안과 새로운 기회 포착의 핵심은 독자의 관심 유도이다. 그 효과를 높이기 위해서는 정보 수용 대상이 아니라 정보생산 주체가 수용자라 할 수 있는 대학 구성원의 목소리를 듣고, 더욱 친절하고, 상세히 설명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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