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규 행정학과2

한편으론 부러웠다. 집단휴학에 국가시험(이하 국시)까지 취소했다. 어려운 선택이지만 그들끼리 의기투합해 이뤄냈다. 

이해관계에 얽매이지 않은 학생의 순수성. 그 힘은 투쟁에 있어 너무도 막대해 시민사회의 절대적 지지를 얻곤 한다. 그러나 이번엔 달랐다. 의대생 구제를 반대하는 청원에 약 57만 명이나 동의했다. 국가가 구제하리라 생각해 집단행동에 나섰다는 비판이 대다수였다. 

당시 의대생은 정부의 추가 접수 기회와 시험 연기에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당연히 내년을 준비하리라 생각했다. 그런데 논란이 잠잠해지자 9월 말 슬그머니 다섯 줄짜리 성명서를 냈다. 국시 응시 의사를 밝힌다는 것이었다. 양해나 이해를 구하는 어떤 말도 없이 “올바른 의료를 위해 노력하는 정부의 모습을 기대한다”는 훈계로 성명서를 마쳤다. 

그제야 실감했다. 집단휴학도 국시 거부도 그들이 말한 “올바른 의료”와는 거리가 멀었다. 학생운동의 순수성은 애초 없었다. 그들은 특권을 요구했고, 어느 집단도 원칙과 질서를 파괴하면서까지 권리를 내세울 수 없다.

게다가 10월 27일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까지 가세해 국시문제 해결을 강요했다. 그들은 “향후 이로 인해 벌어질 모든 상황은 정부 책임임을 분명히 밝힌다”고 경고했다. 분명 이대로는 신규의사 공백을 피할 수 없다. 이는 내년 지방 병원과 군의관, 기피과 지원 급감으로 이어진다. 

적반하장인 의협의 협박도 현실과 맞닿아 있기에 그저 슬플 뿐이다. 국시거부가 초래할 결과를 뻔히 알면서도 강행한 의대생의 배짱이 새삼 무섭다. 이를 내버려둔 업계 선배들은 말할 것도 없다.

재응시가 이뤄진다면 이는 국가제도를 제 멋대로 주무른 셈이고, 이뤄지지 않으면 의료인력 부족으로 국민들이 피해를 입는다. 공정성과 건강권 중 하나를 포기해야 한다는 것은 너무도 뼈아픈 사회적 손실이다. 그들은 본인들의 투쟁에 사용해선 안 될 수단을 썼다. 수술실 CCTV설치나 성범죄 의사 면허취소에는 시큰둥하더니 공공의료 정책에는 득달같이 달려들었다. 정말로 국민을 위한 건지 그 진정성이 의심된다.

누구나 정부 정책에 반대해 시위할 수 있다. 그러나 정책의 옳고 그름을 떠나 희생을 감수해야 한다. 대학 정문에서 최루탄에 쓰러진 이들 중 어느 누구도 그들이 흘린 핏값을 요구하지 않았다. 목소리를 낸다는 것은 그런 것이다. 그렇기에 가치가 있다. 그런데도 의대생 이들은 대체 누구기에 이런 요구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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