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대학의 기숙사 수용률은 여전히 낮다. 대학가에선 해마다 ‘방 구하기 전쟁’이 벌어진다. 그러다 보니 학생들은 은행 빚을 내서라도 기숙사보다 월 임대료가 10만~20만 원씩 비싼 원룸 자취방이나 고시원을 찾게 된다. 대학의 기숙사를 구하지 못한 상황에서 매년 더 싼 방을 찾아 거처를 옮기는 학생들의 처지가 안쓰러울 따름이다. 

주거비 문제로 돈 걱정을 하는 학생들이 적지 않다. 숙명여자대학교 이영민 교수 연구팀의 ‘청년 삶의 질 조사’에 따르면 취업준비생 61.7%는 주거비용이 부담된다고 응답했으며, 67.5%는 1년간 주거비용 등 생활비를 위해 아르바이트를 한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기숙사 확충이 쉽지 않다는 점이다. 대학들의 기숙사 신축사업에 대해 인근 원룸ㆍ하숙집 주인들이 반발하면서 실제 전국 곳곳에서 분쟁이 벌어지고 있고,  수도권을 비롯한 여러 지역 대학의 사정을 뉴스나 신문지상을 통해 접해왔다.

지난 4월부터 시위 팻말을 잔뜩 든 주민들이 우리대학을 찾아왔다. 이들은 제주대 인근 산천단의 원룸 임대업주들로 구성된 제주대 기숙사 증설 사업 저지 투쟁위원회다. 정문 회전교차로를 둘러싼 BTL관련 투쟁 현수막, 천막 그리고 대학정문 앞에서 확성기로 투쟁가를 틀어놓는 행위를 통해 대학 측에 기숙사 증설을 항의하는 집회를 지속했다.

문재인 정부 ‘주거복지 로드맵’은 대학생 등을 위해 2022년까지 학내외 기숙사 입주 인원을 5만 명 확충하겠다고 제시했다. 학생들이 거주할 기숙사 마련이 시급하다는 판단에서다. 우리 제주대학교는 지난해에만 기숙사를 신청한 학생 중에서 800명 가까이 탈락했다.  우리대학의 기숙사 수용률은 현재 27%로, 교육부가 2025년까지 목표로 정한 국립대 기숙사 수용률 30%에 맞추려면 기숙사 추가 건립은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이 학교의 입장이다. 학생의 수요를 감당하는 것은 학교의 당연한 책무다. 대학가 원룸 임대료보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기숙사 제공을 위해 노력하는 것은 학생들의 학습권 보장과 복지를 위한 것이다. 학생들의 수요에 맞춰 기숙사를 증설하는 정책에 대해 보편적 상식을 지닌 시민이라면 그 누가 반대하겠는가?

같은 제주시권으로 묶여도 통학 시간은 천차만별인 상황에서, 제주도 외 재학생들에게 기숙사 입소 우선순위가 주어진다. 상대적으로 제주가 고향인 학생들의 기숙사 탈락률이 높다는 사실은 도내 출신 재학생들에게는 상당한 불편함이다. 기숙사 증설은 학생들의 복지를 위한 최우선 과제다. 

이런 사정을 감안할 때 대학 주변 원룸ㆍ하숙집 주인들에게도 학교 기숙사보다 좋은 시설과 경쟁 가능한 임대료를 기반으로 학생 수요를 유치하려는 노력이 요구된다. 그런데 몇몇 개인사업자들이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투쟁’이라는 명분하에 행하고 있는 이들의 행위가 과연 정당성을 부여받을 수 있을 것이며, 무턱대고 기숙사 신축을 막고 나선 점에 대해 수요자인 우리대학의 학생들이 납득할 수 있을지에 대해 다시 한번 묻지 않을 수 없다.

저작권자 © 제주대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