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아리아라리요, 대학아!
                                            강덕환 시인
한라산 산천단 밑 아라벌에
자유와 정의, 민주와 진리의 씨앗 파종했더니
뿌리 내릴 새도 없이, 싹이 움틀 여유도 없이
개구리복에 착검한 계엄군이
도서관으로 향하던 학생들을 막아선 교문 앞
팔십년의 봄, 그해 오월을 나는 보았네
학도호국단 폐지도, 병영집체훈련 거부도
비상계엄에 무참히 짓밟히고
어용교수 퇴진, 학원자율 보장도 유보된 채
아리아리아라리요
아픈 시대 잘도 넘어 왔네
 
해방을 지나 4ㆍ3을 건너 
반도의 허리에 철책이 가로놓이고
사일구, 오일륙, 유신의 반공군사독재시대
침묵했다면 용서해다오, 대학아!
너의 젊음과 양심이 살아 있어서
최루탄에 맞서 화염병으로 짱돌로 뛰쳐나가고 
태평양을 향해 포효하던 용두암의 기상처럼
시퍼렇게 살아 성난 파도로 일렁였지
혹시나 불의에 타협하지 않았을까
먹고 사는 일에 쫓겨 아부하진 않았을까
오히려 착취와 억압의 선봉에 선 건 아닐까 
아리아리아라리요
분노하고 뉘우치고 다짐하는 예순 아홉 해

매해 하나씩 잊지 않고 정직하게 나이테 그려왔다면
이제 비로소 시작이어도 늦지 않았어
걸림돌 하나쯤 있어도 괜찮아
디딤돌은 단단하게 받치고
거센 비바람에도 흔들리지 않게
버팀목 단단히 매어두게나
맑은 햇살 살포시 내려앉아 바람을 부르고
비가 머금어 새가 둥지를 틀면 
인정 많은 사람들에게 그늘이 되어
아리아리아라리요
하, 그런 쉼터여도 좋고, 썩지 않은 지성들이
신발 끈을 조이는 출정의 광장이어도 좋겠네, 대학아!

 

강덕환 시인

강덕환 시인
제주대 경영학과 졸업(80학번).
시집『생말타기』(1992)로 작품 활동. 4ㆍ3시집 『그해 겨울은 춥기도 하였네』, 공저『제주4ㆍ3유적지기행-잃어버린 마을을 찾아서』, 『무덤에서 살아나온 4ㆍ3수형자들』, 『4ㆍ3문학지도Ⅰ.Ⅱ』 등.
현재 제주작가회의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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