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 당선

21세기 세계 괴물 백과
―라이칸스로프 

                                                 김재혁(국어국문학과 4)

넌 왜 손목을 긋고
달로 떠났니 먼저1)
너는 아름다웠고
우린 자주 울었어

여보야
네가 없는 화이트 데이엔 커다란 알사탕 달이 떴어
혼자 있는 낮보다 함께 있는 밤이 더 무서운 나는
사람들의 목소리도 뚫지 못할 잿빛 가죽을 걸치고
사이버 세계의 겨울도 견뎌낼 뻣뻣한 털을 기르고 있어
네가 살았던 네 평짜리 원룸에는
행거와 택배 박스
깨진 그릇과 고장난 침대
물병자리 모양으로 박힌 모기 핏자국
그 답답할 정도로 좁았던 방
한 틈에 
어울리지 않게, 연보라색 테이프로 붙여진
우리 스티커사진이 있었잖아
서로 우스운 표정을 하고 찍었는데
이젠 그 표정을 떠올리면 울고 싶어져
아직도 내 망가진 필름 카메라엔
현상하지 못한 필름 롤이 감겨져 있어
넌 인절미를 좋아했는데
달콤한 떡을 만드는 토끼에게 갔는지
그것도 아니면
텅 빈 크레이터 바닥 잃어버린 은 탄환처럼 누워
혼자 떨고 있는 것은 아닌지

밝은 달빛
너의 잠투정
나는 또 길게 울어버렸어

일러스트 임소연(독일학과 3)

 1) 1행과 2행은 ‘한국사람’의 노래 <이번크리스마스에나는알고싶어>를 변용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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