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설 심사평
이번 제41회 백록문학상 소설부문 응모작은 5편이었다.
작품 편수가 예년에 비해 적었지만 단번에 눈을 사로잡는 작품이 2편이나 있었다.
<코르 드 발레>와 <노을이 지는 집>은 다른 응모작에 비해 장점이 많은 작품이었다.
문장도 비교적 안정적이었고 이야기를 전개해 나가는 힘도 있었다. 무엇보다 반가웠던 것은 자신만이 쓸 수 있는 이야기를 자신의 목소리로 전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코르 드 발레>와 <노을이 지는 집>은 유년 시절의 상처를 안고 있거나, 신체 콤플렉스를 가지고 있는 인물을 내세워 이십대의 좌절과 고민을 담백하게 그려내고 있었다.
다른 응모작들과 달리 사변적 서술이나 감정의 토로가 아닌 단편으로서의 기본을 보여줬다는 점이 돋보였다.
하지만 당선작으로 하기에는 두 작품은 비슷한 단점을 지니고 있었다.
<코르 드 발레>는 중편 소설 정도의 분량을 써내려가는 힘이 장점이었지만, 환상과 현실의 모호한 설정(초반부 할머니의 환영을 만나는 부분은 억지스러웠다), 중언부언의 서술들이 눈에 거슬렸다.
<노을이 지는 집>은 물류센터에서 일하는 주인공에 대한 사실적 묘사와 함께 이야기를 일관되게 밀고 가는 점이 장점이었다.
하지만 작위적인 장면 전환, 인물들의 대화에 이어지는 서술이 자주 어긋나는 부분들이 흠이었다. 장면을 장악하는 자신감이 없다보니 빈번한 줄 나눔도 눈에 띄었다.
두 작품 모두 당선작으로 하기에는 부족했다. 고민 끝에 백록문학상이 글을 계속 쓸 수 있는 하나의 격려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결론을 내렸다.
소설을 써가는 시간 동안 계속해서 질문을 던졌을 두 사람에게 소설을 쓴다는 것이 결과가 아니라 그것을 써내려가는 과정의 진실에 있다는 사실을 전해주고 싶었다.
가작이라는 결과가 두 사람 모두에게 글을 계속 써갈 수 있는 작은 계기가 되었으면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