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망의 시대를 살아가는 방안은 연대와 공감
좌절과 절망 속 함몰되지 않은 삶을 살았으면
과거와 달라진 현대사회의 연대체제

>>연대의 힘 덴동어미화전가, 조유영(국어교육과)교수

조유영

국어교육과 교수

조유영(국어교육과) 교수는 ‘덴동어미화전가’에 관한 칼럼을 통해 절망에 시대에서 극복하는 방안을 전달했다. 

▶칼럼 속 작품을 ‘덴동어미화전가’로 정한 이유는.

현재 내 전공 분야는 고전 시가다. 그래서 항상 전공 범위 내에서 작품을 선정하려고 노력한다. 

‘덴동어미화전가’는 일반인에게 잘 안 알려진 고전 작품이지만, 연구자들 사이에서는 유명하다. ‘덴동어미화전가’가 현시대 상황과 힘듦을 공유하는 현대인들에게 건네는 위로의 의미를 잘 담은 작품이라 생각해서 선정했다. 

▶‘덴동어미화전가’의 내용을 요약하자면.

‘덴동어미화전가’는 조선 후기를 배경으로 한 장편의 내방가사로, ‘덴동어미’라는 여성의 파란만장한 삶을 다룬다.

‘덴동어미’는 4번의 결혼을 했지만, 모두 남편을 잃었고, 끝내 아들까지 잃는다. ‘덴동어미’의 삶은 시련과 절망의 연속이었다. 그러나, 그녀가 좌절 속에서 끝까지 살아갈 수 있었던 이유는 주변 사람들의 도움 때문이었다. 이처럼, 이 작품은 연대와 공감의 의미가 담겨있다. 

▶현시대 속 ‘덴동어미’는 누구라 생각하는지. 

사실 ‘덴동어미’가 실존 인물인지, 가상의 존재인지 알 순 없지만, 확실한 것은 조선 후기 가부장적인 삶 속 많은 여성을 대표하는 존재다. ‘덴동어미’는 자신의 의지대로 삶을 영위할 수 없었고, 억압과 제약을 받으며 살아간다. 

그런 의미에서 현시대의 ‘덴동어미’는 우리 모두라고 생각한다. 사회를 살아가는 사람들은 모두 개인마다 삶의 힘든 부분을 지니고 있다. 특히, 현대 사회는 코로나19로 인해 대다수가 보편적인 삶 속에서 자기 의지대로 살아가지 못하고 사회적 제약을 받고있다. 

하지만, ‘덴동어미’는 마냥 좌절만 하는 사람이 아니다. 좌절의 반복 속에서도 삶을 이어나가고자 하는 의지는 잃지 않는다. 그렇기에, 현시대 속 ‘덴동어미’들도 좌절만 하는 존재가 아닌 삶을 영위하려는 의지를 지닌 존재로 거듭해야 한다. 

▶‘덴동어미’와 현시대 속 ‘덴동어미’의 차이가 있다면.

‘덴동어미’는 조선 후기 사회에서 가부장적 체제하에 여성으로서, 어머니로서, 며느리로서 삶을 살았다. 그 삶은 주체적이고, 적극적이기보다 온갖 제약과 억압을 받아 수동적이었다. 하지만, 현대 사회는 앞서 말한 사회적 시대와 다르기에 자신이 삶의 주체가 될 수 있다. 그것이 가장 큰 차이가 아닐까 싶다. 하지만, 힘들다는 보편적 정서는 같다. 

▶코로나19로 타인과 만남이 제한된 상황 속에서 연대는 어떻게 이뤄져야 하는지. 

‘덴동어미’가 살았던 때는 지역적 환경에 제약이 많아 지금보다 연대가 더 어려웠던 시대다. 성별로 인한 차별, 지역을 넘어선 소통수단의 부재 등으로 대인관계 구축이 쉽지 않았다.

현대 사회는 이와 달리 소통의 한계가 거의 없다. 세계화 시대에 걸맞게 지역적, 공간적 제약이 사라져 다양한 매체를 통해 다른 사람의 삶을 쉽게 접할 수 있다. 하지만, 매체를 통한 소통이 과연 진정한 연대인지는 생각해봐야 한다. 

소통은 단지 대화를 나눔으로 이뤄지는 것이 아니다. 그 깊이가 더 중요하다. ‘덴동어미’가 다양한 제약 속에서도 연대할 수 있던 이유는 가족 공동체와 주변 지인의 도움이 있었기 때문이다.  

반면, 현대 사회에서는 가족 간 소통 불화조차 빈번하다. ‘덴동어미’는 수많은 제약에서도 깊은 연대를 이뤘는데, 현재는 과거보다 제약이 없음에도 옛날 시대보다 떨어진 연대체제를 보인다. 소통의 수단은 더 많아졌지만 진정한 소통이 이뤄지지 않아 더욱 회의감이 든다. 

▶그렇다면, 현대 사회 사람들은 어떻게 연대해야 하는가.

그 해답은 ‘덴동어미’를 통해 찾을 수 있다. 코로나 시대는 앞서 말했던 것처럼 절망의 시대다. 자유로운 삶은 없어지고, 소통과 연대를 해야 할 대상인 타인을 두려워하는 사회가 만들어졌다.

최근 교내에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했는데, 이로 인해 사람을 경계하는 시선과 행동이 더욱 커졌다. 이는 절망을 만들어내고 소외감을 자아내며 연대를 끊어버리는 문제로 이어진다. 

또한, 현대 사회는 신분체제가 존재했던 과거와 달리 표면적 신분이 사라졌지만, 사람 간 급과 경계가 더 확고하게 구분된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한 경제적 불균형은 빈익빈, 부익부 현상을 초래하며 사람들 사이 갈등을 키운다. 

우리는 절망과 좌절이 가득한 현실 속에서 ‘덴동어미’를 통해 대안과 가치를 발견해야 한다. 과연 우리는 진정한 소통을 하고 있는지, 연대가 이뤄지고 있는지, 대인 간 관계에 있어 ‘나’는 최선을 다하고 있는지. 이는 앞으로 우리가 수행해야 할 과제이자 ‘덴동어미화전가’가 우리에게 주는 의미다. 

▶마지막으로 현시대를 살아가는 다양한 ‘덴동어미’에게 건네는 한마디. 

좌절과 절망 속에서 함몰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최근 글쓰기 수업을 운영에서 비트코인에 관한 과제를 냈다. 사람들은 평범하고 잘 살고 싶은 욕망을 지녔지만, 누구나 이 욕망을 충족하지는 못한다. 

이 욕망을 쟁취하기 위해 사람들은 다양한 방법을 취한다. 그중 하나가 비트코인이다. 물론 비트코인으로 누구나 성공하고 욕망에 도달하는 것은 아니다. 그만큼 욕망에 가까워지기 위해 사람들이 너도나도 앞서 나간다는 것이다. 

이 욕망에 도달하기 위한 시도는 실패로 인해 좌절을 겪기도 한다. 좌절하고 절망하다 보면 자신의 삶이 가치 없게 느껴질 수도 있다. 계속 반복했지만, 현재 사회는 절망의 시대다. 코로나19로 이 점이 더욱 드러난다. 

‘덴동어미’는 4번의 결혼을 통해 남편과 아들을 잃었다. 그렇지만 그 삶을 결국 끝까지 살아나갔다. 삶이 주체적이고 적극적이라고는 말할 수 없다. 그래도 삶을 포기하지 않고 살아왔던 사람이다.

우리도 좌절과 절망 속에서 자신의 삶을 영위하면서 살아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최근 자살을 통해 자신의 삶을 포기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이를 보면 허무하다는 생각을 한다. 

우리는 자신의 삶을 살아갈 힘을 찾아야 한다. 그 힘이 바로 연대다. 타인과의 연대를 통해 그 속에서 나를 찾고 나의 삶을 살아가야 한다. 

모두 좌절과 절망 속에 함몰되지 않고, 내 삶의 주체가 되는 삶을 살아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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