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국에서 느끼는 외국인 유학생의 ‘그리움과 외로움’
추석 연휴를 맞아 ‘마음의 고립’ 심해져
외국인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 개최해 보듬어줘야

추석에 지인의 집에서 제시카씨가 명절 음식을 함께 나누고 있다.
추석에 지인의 집에서 제시카씨가 명절 음식을 함께 나누고 있다.

교육부가 올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외국인 유학생 수는 18만1842명으로 전년보다 9.0% 늘어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국가별로는 중국이 37.4%(6만8065명), 베트남이 23.8%(4만3361명), 우즈베키스탄ㆍ몽골이 각 5.7%, 일본이 3.2%를 차지했다. 외국인 유학생은 가족, 친구들과 멀리 떨어져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언어 장벽이나 문화적 차이 때문에 사회적 관계 형성에 어려움을 느끼는 경우가 많고 이는 외로움과 사회적 고립감으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명절을 맞이할 때 한국 학생과는 다르게 유학생은 가족들을 보러 가지 못하고 한국에 남아 홀로 시간을 보내거나 주변에 집을 방문하는 지인들을 보며 가족을 그리워하는 때도 많다. 

우리나라 최대 명절인 추석이 이번에 긴 연휴를 맞이했다. 특히나 긴 이번 연휴를 제주의 외국인 유학생은 어떻게 보냈을까?

2021년 8월 초에 한국으로 온 제시카(언론홍보학과 대학원 박사과정)씨는 아프리카 남동부에 위치한 섬나라인 마다가스카르 출신 유학생이다. 그는 자국에는 없는 박사 과정을 밟기 위해 한국으로 와 장학금을 받으며 대학원 생활을 하고 있다. 1년은 어학당을 다니며 한국어를 배우고 지금은 대학원에서 열심히 학업에 임하는 중이다. 

그는 “처음에 한국에 왔을 때 가장 힘들었던 점은 한국어가 서툴러 의사소통이 불편했던 것”이라고 전했다. 아무래도 한국어를 처음 배웠을 때 자연스럽게 대화를 이어나가는 게 어려웠던 것이다. 하지만 현재는 아주 능숙히 한국어를 구사하며 완벽하게 적응한 모습을 보였다. 

그는 이번 추석에 친분이 있는 박사 과정 수료생의 집에 방문해 송편, 전과 같은 명절 음식을 나눠 먹으며 즐거운 연휴를 보냈다. 그는 이어 “이번 추석에는 이모님이 한국에 오셔서 같이 식사할 수 있어 행복한 시간을 가졌다”고 말했다. 

그가 타국에서 홀로 생활하면서 가장 큰 외로움을 느꼈을 때는 어학당을 다니던 시절 수료식 때 자국에서 온 유학생이 없던 순간이었다. 다른 유학생은 같은 나라에서 온 학생이 많았지만 마다가스카르에서 온 유학생은 없었기에 처음 고립감을 느꼈던 때였다.

다양한 사람을 사귀기 위해 여러 문화 체험에도 참여하지만 다들 각자의 체험만을 즐기고 친목을 도모하는 데에는 어려움이 있어 문화 체험에서는 새로운 인연을 만드는 게 쉽지 않다. 

그는 “문화 체험보다도 외국인 학생끼리 그냥 같이 영화 보고 식사하며 시간을 보내는 자리를 마련해주는 프로그램이 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중국에서 온 유학생 명문(언론홍보학과 대학원 석사과정)씨는 2018년 9월에 교환 학생으로 처음 한국에 와 4개월 동안 지내다가 2019년 9월에 다시 한국에 돌아와서 현재까지 대학원을 다니고 있다. 한국에 온 지 어느덧 4년이 다 돼가기에 한국에서 보내는 명절은 그에게 무척 익숙하다. 

이번 추석 연휴를 어떻게 보냈냐는 질문에 그는 “평소와 똑같이 도서관이나 카페에 가서 공부하고 저녁에는 친구와 만나 식사를 했다”고 답했다. 한국에서 여러 번 맞이하는 명절인 만큼 평소랑 다를 게 없는 일상생활을 보내고 있었다. 그는 자국의 명절 때 가족을 보지 못하는 게 이제는 익숙해져 갔지만 가끔 힘든 일이 있을 때는 여전히 가족들이 많이 보고 싶다. 

그는 “한국에 온 지 오래됐지만 아직도 한국어가 어렵게 느껴질 때가 많다. 특히 처음 한국에서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는 글자를 잘 몰랐기에 주변 친구들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고 말했다. 타국 생활에서 주변인의 도움으로 외로움을 극복하는 그는 외국인 학생이 서로 교류하고 친목을 쌓는 프로그램이 많이 생기길 바란다. 

한편 문화 체험이나 멘토링 프로그램과 같이 외국인 유학생이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은 많지만 홍보가 잘되지 않아 기회를 놓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중국인 유학생 학몽월(언론홍보학과 대학원 석사과정)씨는 1년 정도 한국 생활을 보내고 있다. 그는 아직 한국에 온 지 얼마 되지 않아 여전히 한국어를 말하는 게 어렵다. 쓰는 거는 번역기가 있기에 조금 수월하지만 말하는 건 그에게 있어 남은 과제이다. 

학몽월씨는 학교 근처에서 자취하며 주로 카페나 도서관을 오가는 생활을 한다. 추석 연휴에도 다름없이 똑같은 일상을 보냈다. 추석 연휴가 길지만 타국에 있어 가족들을 보지 못하기에 집에 있거나 그냥 밖에서 시간을 보내는 일이 무척 많은 것이다. 

그는 외국인 친구들과 자주 한국의 여러 지역을 여행 다니고 있어 즐겁게 지내고 있지만 한국인 친구들과도 교류하길 원한다. 주변에 거의 다 중국인 친구들이고 한국인 친구를 사귈 기회가 매우 적어 아쉬움을 느끼고 있다.

다른 대학의 사례를 보면 선문대는 추석 명절을 앞두고 외국인 유학생에게 나라별 전통 음식과 선물을 전달하는 행사를 개최했다. 선문대 글로벌지원팀에서 컵밥, 과일, 한과 등의 음식을 유학생에게 전달하면서 작은 선물을 통해 즐거운 연휴를 보내기를 바라는 취지였다. 우즈베키스탄 학생에게는 자국의 전통 빵을, 중국과 대만 학생에게는 월병 등 고향을 생각게 하는 전통 음식을 전달해 타국에서 유학생이 고향의 맛을 느낄 기회가 됐다. 

이에 대학과 지역 내에서 외국인 유학생이 한국의 명절 문화를 이해하고 정을 느낄 수 있도록 여러 행사를 진행하는 노력은 계속해서 필요하다. 또한 문화 체험과 같은 행사뿐만 아니라 외국인 유학생이 한국 생활에 적응할 수 있도록 그들이 한국인 학생과도 교류하며 다양한 관계를 맺는 장이 마련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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