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분별한 개발ㆍ훼손으로 곶자왈 30% 파괴돼
사유지 매입, 도민 93.3%, 방문객 99.4% 찬성
강주영 교수 “보호 활동 부작용 생겨 감당 못할 수도”

제주도가 지난 9월 20일부터 22일까지 도민 1000명과 곶자왈 방문객 312명을 대상으로 곶자왈 보전 관련 인식조사를 실시했다. 곶자왈 보호지역 차등 관리 계획에 도민 96.8%, 관광객 99.4%가 찬성하고 있다.
제주도가 지난 9월 20일부터 22일까지 도민 1000명과 곶자왈 방문객 312명을 대상으로 곶자왈 보전 관련 인식조사를 실시했다. 곶자왈 보호지역 차등 관리 계획에 도민 96.8%, 관광객 99.4%가 찬성하고 있다.

곶자왈은 ‘곶’과 ‘자왈’의 합성어로 된 고유 제주어로서 곶은 숲을 뜻하며, 자왈은 ‘나무와 덩굴 따위가 마구 엉클어져서 수풀같이 어수선하게 된 곳’을 의미한다.

곶자왈은 화산 폭발로 흐른 용암이 굳어 만들어진 암괴들 위에 형성된 독특한 생태계다. 수백 년의 시간을 거쳐 형성된 숲은 보전 가치가 높은 동물과 식물의 삶의 터전이고, 공기를 청정하게 하는 제주 환경의 허파이며, 제주도의 생명수인 지하수 함양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러한 곶자왈 지대는 일상의 농ㆍ어업뿐만 아니라 목축, 임업 등 제주 사람의 생활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하지만 곶자왈은 용암 지질에 근거한 식생 특성을 지니고 있어 인위적으로 훼손되면 원상태로 복구가 힘들다는 단점을 가지고 있다. 현재 골프장 건설과 초지 조성, 개발 등 무분별한 훼손으로 곶자왈의 30%에 달하는 지역이 개발로 인해 파괴되고 있다.

‘곶자왈 보전 관련 인식 조사’ 결과 발표 

제주도는 10월 26일 도민 1,000명과 곶자왈 방문객 312명을 대상으로 한 ‘곶자왈 보전 관련 도민 및 방문객 인식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강명균 제주도 환경정책과장은 “곶자왈 보전을 위한 바람직한 방안 등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향후 관련 정책 마련에 활용할 수 있는 기초자료를 제공하고자 도민과 방문객을 나눠 곶자왈 인식조사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곶자왈 인식조사 결과 곶자왈 보호지역을 3개로 구분해 차등적으로 관리하려는 계획에 도민 96.8%, 방문객의 99.4%가 찬성했고, 곶자왈 보전 정책 중 ‘곶자왈 개발 제한을 위한 규제 강화’를 1순위로 고른 도민과 방문객이 절반이 넘었다.

또한 도에서 사유지 곶자왈의 매입을 추진하는 것에 대해 도민 93.3%, 방문객 95.2%가 찬성했다. 

강 과장은 “곶자왈은 한라산과 해안을 잇는 주요 생태 축으로 ‘제주의 허파’라 불릴 정도로 보전 가치가 매우 높은 환경자산이며 후손에게 물려주어야 할 소중한 자산”이라며 “그런데도 지난 몇십 년 동안 보전지역 관리조례(지하수보전지구 2등급)에 의해 관리 되면서 대규모 개발사업 등에 노출됐고, 현재도 개발압력을 받고 있다”고 언급했다. 

곶자왈은 보전관리를 위해 2014년 곶자왈 보전ㆍ관리조례가 처음 제정됐고, 2019년에는 제주특별법 개정을 통해 곶자왈에 대한 정의가 법률용어로 정립돼 보전을 위한 내용이 규정됐다. 

그는 “이를 근거로 곶자왈의 사유지를 매입해 도민의 재산으로서 보전지역으로 영구히 유지 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라고 주장했다. 

또한 “곶자왈 보호를 위해 2015년부터 2022년까지 <곶자왈 지대 실태조사> 용역을 통해 보호지역 등을 지정 고시하고, 특별히 보호할 가치가 있는 지역을 보호지역으로 지정해 보전 정책을 추진하고자 조례를 개정하고 있다”며 “조례개정이 완료된다면 곶자왈 도면을 고시해 경계를 확정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강 과장은 “보호지역 지정으로 인한 사유 재산권 침해를 최소화하고, 보전해야 할 곶자왈 보호지역을 매입해 지금보다 합리적이고 지속 가능한 곶자왈 보전 정책을 추진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조례 개정안이 상위법 위반? 

하지만 제주도정이 발표한 수요 조사 결과는 10월 27일 제421회 임시회에서 언급되며 ‘도의 일방통행’이라고 비난받았다. 올해 5월 도정은 ‘곶자왈 보전 및 관리 조례 전부개정조례안’을 도의회에 제출했으나 상위법인 제주특별법에 나오지 않는 개념을 제시해 상정이 보류됐다.

곶자왈 조례 도민의견 수렴을 위한 정책토론회에 참여한 법학전문대학원 강주영 교수는 “제주 대표 유산인 곶자왈 보호는 중요한 안건이지만 곶자왈 관련 조례를 바꾸기 위해 그의 상위법인 제주특별법을 위반해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제주특별법은 곶자왈을 ‘제주도 화산활동 중 분출한 용암류가 만들어 낸 불규칙한 암괴지대로서 숲과 덤불 등 다양한 식생을 이루는 곳’이라고 정의했고, 도에서 낸 조례 개정안에서는 식생 보전의 가치와 식생 상태 등에 따라 ‘보호지역’, ‘관리지역’, ‘원형훼손지역’이라는 새로운 개념을 제시했다.

강 교수는 “특별법에 언급된 곶자왈의 정의에 따라 규정되고 규율해야 하지만, 도에서 제안한 조례에서는 고찰 범위를 조금 달리했다”며 “곶자왈의 보호구역을 지정하기 위해 구체적으로 언급한 것이라는 설명이 틀린 것은 아니지만 법 규정은 따라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한 “해석을 통해 추가로 설명을 따로 하면 될 부분이지 조례에다 언급하면 안 된다”며 “법의 관점으로 볼 땐 상위법 위반”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곶자왈을 보호하기 위해선 여러 가지 활동과 사람들의 행위 제한, 사유지 곶자왈 매입 등이 이뤄져야 한다. 하위법에서 곶자왈의 정의를 조금 달리해 법 개정이 이루어지면 특별법 위반으로 오히려 곶자왈 보호 활동의 부작용이 생길 수도 있다”며 “자원은 보호하되 법적 테두리 또는 법적 이론에 맞게 운영하지 않으면 감당하지 못할 수도 있다”고 언급했다. 

마지막으로 강 교수는 “과거에는 개발의 목표로 인해 곶자왈을 법적으로 보호할 가치에 대한 인식이 좀 부족했던 것 같다”며 “보호 운동이 조금 늦게 일어났으나 지금부터라도 많은 관심을 두고 곶자왈 보존 운동을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관련 조례를 구체적으로 표기해 피해 보는 사람 없이 곶자왈 보호를 더 잘 할 수 있는 방법으로 진행해야 한다”고 밝혔다. 

조례에 대한 의회의 입장

제주도의회 송창권 환경도시위원장도 곶자왈 조례에 대한 목소리를 냈다. “임시회에서 언급한 반대 의견은 곶자왈 보존에 대한 반대가 아니다”라며 “곶자왈은 분명 제주의 필수적인 기능을 하는 소중한 자산”이라고 입을 열었다. 

송 위원장은 “입법 권한을 갖는 도의회는 제출된 조례에 대해 법령 위반의 소지가 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며 “지난 5월에 제출한 조례 개정안은 제주특별법에 나와 있는 곶자왈의 정의를 토대로 운영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기준이 되는 법을 벗어난 위배 행위는 해석의 혼란을 가져올 수 있다. 뿐만 아니라 곶자왈에 대한 매수청구권 등 재산권 피해 논란 등의 문제로 상정을 보류했다”고 밝혔다.

저작권자 © 제주대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