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년째 정원 ‘40명’ 고정
의사 구인난 가중
지방 필수 의료인력 공백
국립대 병원 증원 어려워
2025학년도 정원 확대 예정

전국 의과대학 정원 현황. 연합뉴스 제공
전국 의과대학 정원 현황. 연합뉴스 제공

상급종합병원 승격 위해 정원 확대 ‘필수’

제주대학교 의과대학 입학 정원이 현재 40명에서 2.5배인 100명으로 늘어날지 귀추가 주목된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 10월 27일부터 4주간 제주대 의대등 전국 40개 의대를 대상으로 증원 수요와 강의실 확충 등 학생 수용역량을 조사했다. 정부는 의대 정원 수요조사 결과를 조만간 공개할 예정이다.

제주대 의대측은 입학 정원이 100명은 돼야 제주지역 책임의료기관으로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고 밝혔다.

또 제주대병원이 상급종합병원으로 승격하기 위해 기존 619병상을 800병상 이상으로 확충하고, 이를 연계한 교육실습을 위해 입학 정원은 100명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1998년 설립된 제주대의대는 지난 25년 동안 입학 정원이 40명으로 고정됐다. 이로 인해 제주도민의 생명과 건강에 직결된 필수의료를 책임지고 있는 제주대병원은 의사 구인난이 가중되고 있다.

제주대병원은 2021년부터 올해 9월까지 2년 9개월 동안 149회에 걸쳐 의사 252명을 모집했지만, 응시자는 50명(19.8%)에 불과했다. 의사 채용이 어려워지면서 제주대병원 의사는 179명으로 전체 정원(216명)의 78.7%에 머물고 있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은 “국립대병원을 필수 의료체계의 중추로 육성해 지역 의료 붕괴를 막아야 하고, 재정 투자를 통해 중증 질환 치료 역량을 획기적으로 높이겠다”며 의대 정원 확대 방침을 발표했다.

윤 대통령은 정원이 50명도 되지 않는 ‘미니 의대’인 제주대(40명), 충북대(49명), 강원대(49명), 울산대(40명), 성균관대(40명) 의대 정원을 우선 증원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부는 2006년 이후 3058명으로 묶여 있는 의대 정원을 1000명 이상 늘리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정부는 지난달 필수의료 혁신 전략을 통해 현재 고2가 대학에 진학하는 2025학년도에 의대 정원을 확대하기로 했다. 다만, 구체적인 증원 규모는 수요조사를 통해 정하기로 했다.

의료서비스의 ‘서울 쏠림’을 해소하려면 지방 국립대와 미니 의대를 중심으로 정원 확대가 필요하다. 정부는 무너지는 지방의료를 살리기 위해 전국 국립대병원 인건비ㆍ정원 규제를 풀어주기로 했다.

현행법상 국립대병원은 ‘공공기관’으로 묶여있어서 정원을 함부로 늘릴 수 없다. 직원에게 줄 수 있는 급여도 공무원 임금 인상률(올해 1.7%)에 묶여 있다. 실력이 있는 의사가 수도권 대형 병원 또는 민간 병원으로 자리를 옮기는 이유다.

의사 구인난에 신생아 통합치료센터 설치 못해

정부는 중환자 병상 부족과 전문의 부재로 발생하는 ‘응급실 뺑뺑이’로 환자가 숨지거나, 지방마다 필수 의료인력 공백 사태가 벌어지면서 의사 확충이 필수적이라 보고 있다.

제주지역 의료 인프라는 더욱 열악하다. 제주대 의대 입학 정원(40명)은 전국 10개 국립대 의대 가운데 가장 적다.

최혜영 국회의원에 따르면 2002~2020년까지 18년 동안 제주대 의대졸업생 719명 중 제주에서 활동 중인 의사는 164명(22.9%)이다. 졸업생 가운데 수도권 316명(44%), 비수도권 239명(33.2%) 등 제주를 떠난 의료 인력이 상대적으로 더 많았다.

제주지역 인구 1000명당 의사는 1.79명으로 서울(3.47명)과 비교해 2배나 차이가 난다. 인구 1만명 당 주요 필수과목 전문의수에서도 서울은 0.95명인 반면, 제주는 0.32명에 그쳤다. 제주지역은 의사 부족으로 공공의료 서비스 확충에도 차질을 빚어왔다.

제주대병원은 의사 구인난으로 고위험 산모 분만과 28주 미만 신생아 치료를 전담하는 ‘고위험 산모ㆍ신생아 통합치료센터’를 복지부의 예산 지원에도 불구, 2019년부터 현재까지 개설하지 못했다.

도내 응급의료기관의 병상 부족과 전문의 부재로, 올해 7월까지 닥터헬기(14명)와 소방헬기(16명)로 타 지방 병원으로 이송한 환자는 모두 30명에 이른다.

한편, 복지부의 의대 정원 수요조사에서 정원이 40명인 제주대와 울산대, 가천대는 2.5배인 100명으로 증원을 요구했고, 정원이 49명인 충북대는 3배 이상인 150명으로 증원을 요청했다.

건양대와 동아대는 정원을 49명에서 120명으로 늘리기를 각각 희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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