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대학교 박물관 기획전시 관람후기

제주대학교 박물관 3층 기획전시실에서 오기영 작가의 전시회가 열렸다.

9월 4일부터 29일까지 제주대학교 박물관 3층 기획전시실에서 ‘제주, 시간을 입히다’라는 주제로 오기영 작가의 열 다섯 번째 전시가 열렸다. 오기영은 제주미학을 보편적인 프리즘을 통해 여타 지역과 차별화시키고 제주미를 대중시키려는 인물이다. 이번 작품에서 그는 희노애락(喜怒哀樂)의 날들을 이겨낸 유물 속에 스민 시간의 깊이를 표현하고, 유물에서 풍기는 색을 자연의 재료들로 작품에 녹여내고자 했다.

◇ 제주 문자도

오기영은 한 방송에서 제주도 문자도에 대해 비중있게 다루고 있는 ‘조선 궁중화 · 민화 걸작-문자도 · 책거리’전을 우연히 보게 된 후 이에 대한 관심을 가졌다. 제주도 문자도는 색채 사용이 담백했고 전반적인 작품의 느낌이 소박했으며 작품 소재가 다른 지방과는 많이 달랐다. 그 후 오기영은 문자도에 대한 공부를 하고, 그것을 고스란히 작업으로 옮겼다. 그는 몇 가지 병풍의 크기를 정한 후 도록을 보고 유물의 고유한 형태는 그대로 표현하되 답습이 아닌 재구성을 통해 작품을 완성했다. 색을 쌓아 올리고, 감물에 염색한 닥지와 광목, 청바지 천을 이용해 민화의 형상들을 오리고 붙이며 반복적인 작업 과정을 거쳤다. 특히 문자도에 이용된 청바지 사용은 외국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푸른색 천의 색감에서 제주 바다의 색, 즉 자연색으로 다시 환원시키는데 목적을 두었다. 이는 작업의 주제인 전통과 현대가 혼재하며 공존하는 사회를 의미하며, 그 속에서 틀린 것이 아닌 다른 것에 대한 배려와 화합과 공생의 삶을 작품으로 표현한 것이다.

◇ 제주 옹기

기획전시실에 제주옹기들이 전시됐다.

오기영은 도록에 실린 옹기의 색감과 자유분방하고 자유스러운 형태에 매료되었고, 작품의 주제인 옹기를 표현하기 위해 작업의 형식으로 장지기법의 한 표현방법인 콜라주를 선택했다. 그 이유는 우선 염색해서 나온 종이 위의 우연한 색감들이 옹기가 가마 불로 구워져 나온 색감과 닮아 있었기 때문이다. 또한 닥지를 염색하고, 건조하고, 배접하고, 다시 건조해서 완성시켜 나가는 과정이 옹기를 말리고, 깎고, 다시 가마에 굽는 등 오롯이 사람의 손을 걸쳐 작업의 기초부터 완성까지 기다림과 장인정신이 있어야 한다는 점에서 닮아 있어 제주의 옹기를 표현하는데 콜라주 작업이 제격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완성된 작품들을 벽에 세운 후 며칠간 들여다보며 엔디워홀의 마릴린 먼로 작품을  떠올렸다. 옹기 역시 전통 시대의 혁명이었고 최고의 생활품이었다. 이 옹기들을 최대한 반복적으로 이용하고 싶었기에 밑그림 하나를 그려 다양하게 염색된 천과 종이, 청바지까지 이용해 실크스크린처럼 찍어내듯 작업을 하게 되었다.

◇ 제주의 의복

제주의 의복은 육지에 비해 다양하게 발달하지는 못했지만 자연환경과 생활여건이 자연스럽게 반영된 독특한 양식을 보여준다. 일상사가 노동의 연속이었던 제주 사람들은 노동과 일상복을 겸하는 일상복이 일상화 됐다. 한편으로는 관료와 상류층을 중심으로 육지에서 들어온 의례복 형태가 공존하기도 하지만, 이마저도 차츰 토착화되어 제주만의 소박한 형태로 변화됐다. 즉 제주의 전통복식은 일차적으로 토속적 생활양식을 기반으로 하면서 외래적 요소가 융합돼 상류층에서는 관리의 복식과 의례복 양식이, 제주 토착민들은 생활여건에 맞게 고안하고 개발한 일상복 및 노동복양식이 융합돼 나타났으며 의레복보다는 노동복위주의 의생활이 크게 발달했다.

◇ 장지채색기법 - 색채

색채는 오기영의 작업 중 가장 중심에 있는 것이었다. 그는 고유의 색들 속에서 현대적인 미감과 연결점을 찾을 수 있다는 생각을 했고, 곧 우리 고유의 질료(質料)들로 눈을 돌렸다. 그는 전통질료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물건들을 긁고, 찢고, 붙이고 색을 쌓아 올리는 기법과 전통채색방식인 장지(壯紙)기법으로 작품을 제작했다. 그는 5년 여 간 바탕재료를 마련했고 이후 우리 전통 색의 깊이와 투명성을 부여하기 위해 오방색으로 작업에 임했다. 오기영의 작업에서의 장지기법은 많은 노동과 시간을 필요로 한다. 이는 오늘날과 같은 패스트 시대(Fast times)와 상반되는 장인의 원시적 삶과 하나 하나 땀내를 묻혀 가는 작업의 구도적 의미를 담고 싶은 이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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