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당 타노스가 우주를 종횡하며 인피니티 스톤을 차례로 모아 건틀렛에 장착을 한다. 이를 막기 위해 마블의 모든 히어로들이 나섰지만 하나하나 격퇴 당한다. 인피니티 스톤을 모두 모은 타노스가 손가락을 팅기자 전 우주의 생명이 절반을 남기고 다른 절반은 존재가 사라진다. 최근 천만명의 관람객을 넘은 ‘어벤저스: 인피니티 워’의 장면이다. 전 우주의 절반을 죽인 악당 답지 않게 슬픈 표정으로 턱을 괸 타노스의 모습은 매우 이율배반적이다.

식민지와 6ㆍ25를 거쳐 황폐화된 나라에서 산업화와 민주화를 거쳐 지금의 대한민국을 만들기까지는 많은 사람들의 노력과 희생이 없었다면 감히 상상하기 힘들다. 그리고 이제는 세계 어느 나라를 여행하더라도 우리나라가 뒤쳐진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한국의 눈부신 발전에도 불구하고 안타까움을 자아내는 것이 높은 자살이다. 근대화 과정에서 자살률이 꾸준히 증가해왔으나 최근 이십년간의 증가폭은 매우 커서 OECD 국가 가운데 가장 높은 자살 사망률을 나타내고 있으며 타 국가에 비해 매우 높고, 특히 노년층의 자살률이 평균보다 4배 가량 높다.

최근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살고 싶어하는 지역으로 꼽히는 제주도 자살률이 전국 평균보다 높게 나타나 많은 이들의 걱정과 대책이 요구된다.

응급실에서 일하다보면 삶과 죽음의 경계선을 넘나드는 순간이 종종 있고 그 차이는 정말 백짓장 한 장과 같은 느낌이 들 때가 많다. 어딘가 아프고 다치고 문제를 해결하러 응급실에 오는 사람의 사연만큼 다양한 곳이 또 있을까 싶다. 태어난 지 일 년도 되지 않은 아이가 얼굴이 파래져서 오기도 하고, 나들이를 가던 일가족이 교통사고로 생사를 넘나들기도 한다.그러나 무엇보다 안타까운 것은 스스로 짊어진 무게를 감당하지 못해 삶을 포기한 사람을 만나게 될 때이다. 백짓장 같은 그 찰나의 순간, 삶에서 죽음으로 넘어가는 그 순간을 막기 위해 여러 사람이 달려들어 보지만 도저히 막을 수 없어 차갑게 변하는 환자를 보면 생명의 무게가 전혀 가볍지 않음을 느끼게 된다.

사람이 살아가는 데 있어 혼자 살아갈 수 없음은 자명하다. 가정에서, 일터에서, 학교에서 타인과 교류를 맺고, 협력을 주고 받으며 살아가는 것이 인간 사회이다. 삼포시대니 오포시대니 하는 말이 나온다는 것은 우리 청년들이 시대를 살아가기가 그만큼 어렵다는 것이고, 이를 인지한 여러 정치인들이 연일 대책을 쏟아내고 있다. 그러나 변화의 시작은 스스로부터 시작하여야 한다. 나 만이 아닌 옆사람의 손을 잡고 함께 이 길을 걸어가자. “괜찮니? 별일 없어” “밥 먹었어”“잘 지내지?”라는 말을 서로에게 전함으로써 우리 사회가 더욱 건강하고 살아갈 의미가 뚜렷해질 것이다.

저작권자 © 제주대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