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 한 일 아냐, 다른 분들의 노력 알았으면’
‘사고를 목격했다면 누구라도 먼저 나섰을 것’

이영호  국어교육과 2

인터뷰 이영호(국어교육과 2)씨

제주대학교 입구 4중 추돌사고 당시 구조활동에 도움을 준 이영호(국어교육과 2)씨가 원희룡 제주지사로부터 4월 9일 감사패를 받았다. 4월 29일에는 제주소방서로부터 소방활동유공상을 받았다.

이영호 학생은 4월 6일 제주대학교 입구에서 교통사고 현장을 목격하고 부상자들을 부축해 안전한 곳으로 이동시키는 등 119구급대가 도착하기 전까지 적극적으로 구조활동을 펼쳤다. 119구급대가 도착한 뒤에도 부상자들의 물품을 수거해 돌려주고 경찰의 신원 파악 작업을 돕기도 했다. 

▶감사패와 상을 받은 소감은. 
사고현장에서 나만 도왔던 게 아니다. 어쩌다 보니 나만 대중들에게 알려지고 과대평가를 받는 기분이 들어 죄송했다. 나 말고도 다른 분들도 많은 도움을 줬다. 감사패와 상장은 내가 받은 것이 아니라 대표로 받았을 뿐이다. 
일찍 현장에 도착해 뛰어다니면서 부상자들을 구조하고 치료해주신 소방대원과 경찰들의 노고를 충분히 생각하고 보상했으면 한다. 감사패를 받을 당시에는 기쁘거나 자랑스럽기보다 죄송한 마음이 컸다.‘내가 뭘 했다고 도지사를 만나 감사패를 받지’라는 생각에 당황스럽기도 했다. 지금 생각해보니 정말 잘한 일 같고 뿌듯하다. 

▶당시 상황은.
 9교시 수업이 일찍 끝나서 집에 가고 있었다. 우회전신호를 기다리고 있는데 주변에서 엄청 큰 소리가 났다. 우회전을 하니 버스가 떨어져 있었고 창문으로 사람들이 나오고 있었다. 
사고현장보다 사람들이 먼저 보였다. 도와야겠다는 생각이 머릿속에 가득 찼다. 지금 상황이 얼마나 위험한지, 내가 다칠 수도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은 들지 않고 다른 사람들을 구해야겠다는 생각에 사고현장에 뛰어들었다. 

▶주변 반응은. 
사고 현장이 마무리 되고 집에 가면서 부모님께 전화를 드렸다. 부모님께서는 너가 뭐라고 그 위험한 곳에 있었냐며 화를 냈다. 생각해보니 맞는 말인 것 같아서 죄송했다. 하나도 안 다쳤다고 설명하자 잘했다고 칭찬해 주셨다. 
사고 후 기분이 좋지는 않았다. 두 명을 못 구하고 나왔기 때문이다. 죄책감이 들어서 기분이 안 좋았다. 머리로는 내가 할 수 없었던 일인 것은 알지만 죄책감이 들며 마음이 불편했다. 친구들이 너가 두 명을 못 구한게 아니라 그 외의 다른 사람들을 구했다고 격려해 기분이 나아졌다. 
연락하지도 않던 동기들이 뉴스를 봤다며 연락이 오기도 했다. 대단하다며 칭찬하는데 그 상황에 있었다면 누구라도 나와 같은 행동을 했을 것이다.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겪었는지.
일상생활에 지장이 있는 정도는 아니었지만 한동안 기분이 좋지 않았다. 사고를 직접 겪지는 않았지만 상황을 다 봤기 때문에 그 근처를 지날 때마다 우울했다. 
지금은 사고를 겪은 학생들 대부분이 학교로 돌아오고 사고현장도 깨끗해졌다. 감사패와 상을 받으면서 기분이 나아졌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나 혼자 한 행동이 아니라 어쩌다 조명을 받게 됐다. 다른 분들의 노력도 꼭 알아줬으면 한다. 내가 못구하고 나온 분 중 한 분이 우리학교 학생이다. 그분께 너무 죄송하고 쾌차했으면 한다. 
그 학생의 아버님께 죄송하다며 연락을 드렸는데 오히려 괜찮다고 하셨다. 그 학생이 수술을 앞두고 혈액이 부족하자 우리학교 학생들이 지정헌혈과 헌혈증 기부를 통해 많은 도움을 주기도 했다. 학생에 대한 관심이 끊이지 않았으면 하고 학교에 돌아왔을 때 반겨줬으면 한다.  

이영호 학생이 받은 감사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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