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넘어져라’. 미국의 유명 배우인 덴젤 워싱턴이 필라델피아 대학교의 졸업식 축사에서 한 말이다. 그는 미 프로야구 선수인 레지 잭슨의 2,597개의 최다 삼진, 토마스 에디슨의 1,000번의 실험 실패를 거론하며 누구도 그들의 실패를 거론하지 않는다고 하였다. 레지 잭슨은 563개의 홈런을 쳤고, 토마스 에디슨은 1,001번째 실험에서 전구를 개발하였다. 그는 축사에서 자신의 경험을 찬찬히 설명하며 ‘위험을 감수할 뿐만 아니라, 삶에 열린 자세를 취하는 것. 새로운 관점과 의견을 받아들일 자세를 취하는 것’의 중요성을 강조하였고, ‘절대 뒤로 기대지 말아라. 가진 모든 것을 쏟아 부어라. 그리고 앞으로 넘어져라.’라고 역설하였다.   

문득 조금 부럽기도 하고 부끄럽기도 하였다. 우리 속담의 ‘뒤로 넘어져도 코가 깨진다.’는 구절이 떠오르면서 정작 앞으로 넘어지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두려웠고, 그들이 무심한 듯 청춘들에게 넘어지라고 말할 수 있는 환경이 부러웠다. 우리는 삶이 무한경쟁인 사회를 살고 있다. 어린이집 입학부터 시작되는 입시 경쟁, 대학이 인생의 전부인 것처럼 억압된 중·고교 시절을 보내지만 대학 입학 후부터 시작되는 취업 경쟁, 그리고 취업 후 시작되는 결혼과 출산 등 생존 경쟁. 이 경쟁은 윈-윈 게임이 아니라 누군가 가지면 다른 누군가는 뺏기는 제로섬 게임으로 흐른다. 경쟁에서 좌절한 우리 젊은이들에게 ‘만약 실패하지 않았다면, 당신은 시도조차 하지 않은 것입니다.’라거나 ‘당신이 가져본 적 없는 것을 얻으려면, 결코 해본 적 없는 일을 해야만 한다.’라는 말은 그래서 공허하다.

 우리는 앞으로 넘어질 수 있을까. 실패에서 경험을 얻고, 실패를 디딤돌 삼아 더 나은 시도를 해나갈 수 있을까. 우리가 청년들에게 ‘앞으로 넘어져라’라는 말을 건네기 위해서는 두 가지 측면이 선결되어야 한다. 하나는 넘어질 수 있는 환경이고, 또 다른 하나는 넘어져도 일어날 수 있는 사회 시스템이다. 아이가 놀이터에서 마음껏 뛰어놀고 넘어질 수 있도록 잔디를 심거나 모래를 깔아 놓듯, 넘어질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한 후에 우리 청춘들에게 앞으로든 뒤로든 넘어지라고 말해야 한다. 넘어져도 다치지 않는 안전망, 패자부활이 자연스레 가능한 구조를 통해 리스크를 감수하고 무엇인가를 시도할 수 있는 용기를 북돋아야 한다. 한 번의 실패로 삶이 나락으로 떨어지는 사회 시스템에서는 공무원 시험으로 대표되는 안정 추구의 삶이 바뀌지 않는다.

우리 청춘들이 앞으로 넘어질 수 있기를 바란다. 넘어지고 또 넘어지더라도 다시 일어날 수 있기를 바란다. 뒤로 넘어져도 코가 깨지는 세상이 아니라 앞으로 넘어져도 웃을 수 있는 세상이기를 바란다. 그래서 우리 청춘들이 억지로 무엇인가에 얽매여서 내리는 선택이 아니라 스스로 행복해질 수 있는 선택을 할 수 있기를 바란다. 앞으로 넘어지는 것은 결국 한 걸음 더 내딛은 것이고, 우리가 우리의 길을 걸어가는 것이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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